미국 프레즈노의 부엉이 할머니 '캣 크로셸'과 30세 부엉이 '새미'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있는 도시 프레즈노에 특별한 미국인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부엉이 할머니' 캣 크로셸(Cat Krosschell)과 할아버지 테리 크로셸(Terry Krosschell)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두 분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프레즈노(California State University, Fresno)에 온 외국 학생들과 미국 가족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오래도록 이끄시며 학생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2005년 교환학생이었던 저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두 분을 만나게 됐고, 저를 딸이라고 부르실 정도로 한없이 아껴주셨습니다. 그 후 약 20년 간 인연을 이어왔고 이번에 미국에 와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저희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시자 아이들의 둘도 없는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이십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부엉이가 같이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할머니는 맹금류를 집에서 돌볼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한 '팰코너(Falconer)'입니다. 우리나라의 매사냥 기능보유자와 비슷합니다.
30여 년 전 동물병원에서 구조된 수리 부엉이가 있다는 연락을 받으셨고 사냥할 수 없게 된 부엉이를 집에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야생에 살면 수명이 약 7년 정도에 불과한데 올해 부엉이 새미(Sammy)는 서른 살이 됐습니다.
할머니가 부엉이처럼 "후후 후후후" 하시면 정말 새미가 알아듣는 듯 목소리를 높입니다. 제가 부엉이에 대한 기사를 쓰면 어떨지 물어봤더니 할머니는 새미에게 물어봤습니다.
"새미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니?" 그랬더니 새미가 알아들은 듯 "후훗 후후후!" 하며 대답했습니다. 정말 할머니와 새미가 깊이 교감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미는 미국 유아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보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예의없게 행동할 경우 "후훗" 울음소리를 크고 빠르게 내며 화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저희 아이들에게도 항상 새미 앞에서는 공손하게 말하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기를 당부했습니다.
할머니는 새를 데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가서 강의를 하거나 지역 축제에서 새 부스를 운영하며 새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미국 국립 오듀본 협회에 초청 받아 부엉이 새미와 함께 강의를 할 정도로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새미 이후로도 붉은꼬리매, 가면 올빼미가 구조돼 할머니 집에 오게 됐습니다. 붉은꼬리매 빌리(Billy)는 올해 14살, 가면올빼미 스카우트(Scout)는 5살입니다.
지난 10월 5일 프레즈노 시에라 고등학교 앞 광장에서 가을 축제가 열렸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제작한 맹금류 이동장에 부엉이와 매를 한 마리씩 옮긴 후 자동차 뒷자석에 태웠습니다. 이동장에 안전벨트 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부스 탁자에는 부엉이가 먹이를 삼킨 후 소화시키지 못하는 털과 뼈를 토해낸 펠릿, 부엉이 사진, 부엉이 및 매의 두개골 및 뼈, 새의 종류별로 다른 알 모형 등이 전시됐습니다.
부스에 온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새를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맹금류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할머니께 물어봤습니다. "할머니 덕분에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켜보던 저도 할머니가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할머니는 다음날도 부엉이 부스를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가을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새를 알리기 딱 좋은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뒷좌석에 새를 태우고 출발할 할머니! 부스에서 열정적으로 새에 대해 이야기할 할머니! 자연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잔잔한 파도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울림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이 글은 2024년10월13일 오마이뉴스 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https://omn.kr/2aij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