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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im Apr 06. 2024

구덩이에 빠져야 느낄 수 있는 천국의 맛

스플루쉬를 아시나요?

‘아동청소년도서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Louis Sachar의 홀스(Holes, 우리말로는 ‘구덩이’)라는 책을 읽었다. 미국에서도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도 꽤 많은 학생들이 읽은 책이라고 들었다. 2003 년 디즈니 영화로도 제작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임에는 틀림없는데 독일에서는 이 책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국민책이라 알려져 있다고 해서 독일어 낭독 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이 책은 텍사스 사막, 초록 호수를 배경으로 세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주인공 스탠리와 아이들의 강제 노동, 대대손손 이어지는 가문의 저주, 인종차별로 인한 비극적 사랑. 언뜻 보기에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인물과 장소, 사건이 질긴 인연과 운명의 끈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책이다. 

우리말로는 책 '구덩이'

세 가지 이야기 중, 110년 전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 캐서린 바로우 선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흑인과 사랑에 빠져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캐서린 바로우 선생님은 곤욕을 치르게 되는데 여기서 후에 중요한 복선으로 사용되는 게 선생님의 복숭아이다. 선생님은 바로 복숭아 장인이었던 것.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늘 마을 축제가 열렸어요. 맛 좋은 복숭아 파이와 복숭아 잼을 뽑는 대회도 열렸어요. 하지만 늘 특별상은 캐서린 바로우 선생님이 독차지했지요. 해마다 복숭아에 얼마나 맛있게 양념을 하던지!”

캐서린 선생의 복숭아는 110년이 지난 후 물이 말라버린 초록 호수에서 헤매던 스탠리와 제로에게 수분을 제공한다. 제로는 이 복숭아를 스플루쉬(Sploosh)라고 부른다. 


책을 읽으며 이 복숭아 스플루쉬가 궁금해하던 차에 회원 분 중 한 분이 한 블로그에서 찾았다며 레시피를 공유해 주셨다.


“미국 사람들은 참 재미나게 책을 읽네요. SNS에 이런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데요?”작품에서 중요한 이 캐서린 선생의 복숭아를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재연해 낸 것!


책에 나온 레시피에 관해 나온 부분은 다음과 같다. 

“매년 여름이면 캐서린 양은 복숭아 한 부셸을 따서 계피, 정향, 육두구 및 기타 향신료와 함께 항아리에 보관하곤 했는데, 그녀는 이를 비밀로 유지했습니다.”

비밀 레시피는 모르지만 각자 나름대로 이 레시피를 토대로 복숭아 스플루쉬를 만들어 올린다. 

“왠지 스킴님이 만드실 것 같아요” 북클럽 회원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플러스 책에 대한 열정과 덕질하면 나도 빠질 수가 없기에 만들어 보았다.


먼저 재료 준비! 

잘게 썬 껍질을 벗긴 복숭아 1개, 1/2컵 잘게 썬 달콤한 양파, 1/3컵 레몬즙, 1 티스푼 1/4 티스푼의 소금, 계피 한 꼬집, 정향 한 꼬집, 후추 한 꼬집.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재료를 함께 저어주고 원하는 경우 기호에 따라 소금과 향신료를 더 추가한다. 

2. 뚜껑을 덮고 냉장고에 약 30분 동안 그대로 둔 다음 숟가락 뒷면으로 약간 으깬다. 

3. 토르티야 칩과 함께 맛있게 먹는다. 

드디어 완성! 스탠리가 표현한 그 표현이 맞는지 비교해 본다.   


“따뜻하고, 거품이 많고, 퍽퍽하고, 달콤하고 톡 쏘는 꿀이었다. 바싹 마른입 위로, 바싹 마른 목구멍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과일, 아마도 복숭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35장, Louis Sachar의 구덩이 중에서.. 


책의 표현을 상상하며 나의 스플래쉬 맛을 본다. 

달콤하고 톡 쏘긴 하는데 뭐 이건 그냥 복숭아다. 아니, 사실 그냥 복숭아가 더 맛있다. 하~구덩이에 빠져야 환상적인 천국의 맛을 느끼려나 생각한다. 

역시 이야기는 상상으로 끝나야 제맛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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