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코츠 라멘의 품격있는 일탈

라멘 우나리 키요카와점(ラーメン海鳴 清川店)

by 덴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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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피스 사와 한 잔에 취기를 느꼈다면 과장이겠지만, 큰길로 나와 마주한 와타나베도리의 밤거리는 오랜만인 만큼 깊숙이 내게 스며들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스를 탄 채 스쳐 지나가던 거리, 야쿠인으로 향하는 길목의 정류장이었을 뿐인 곳이었다. 이런 밤에 이곳에 있을 이유는 거의 없었다. 오래전, 공연을 보고 나와 라멘 한 그릇을 비웠던 그날 밤의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라멘집으로 향했다. 그날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았지만, 가게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발걸음을 옮길 이유는 충분했다. '이대로 숙소에 들어갈 순 없다'는 아쉬움과 '술이 들어갔으니 해장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이 합세해 등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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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우나리 키요카와점(ラーメン海鳴 清川店)


라멘 우나리는 돈코츠 라멘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해산물 육수를 더한 '교카이 돈코츠' 같은 변형을 선보이고, '라멘 제노바' 같은 창조적 파괴에 가까운 메뉴까지 갖춘 프랜차이즈다. 하카타, 텐진, 나카스, 공항 국내선까지 요지마다 지점이 있지만, 나는 한적한 동네의 조용한 멋이 있는 키요카와점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날도 꼭 이런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난 늦은 밤, 갈 곳을 찾다 우연히 본 가게. 자판기 맨 앞의 메뉴를 눌러 티켓을 뽑고 주방에 건네면서 카운터석에 앉았다. 돈코츠의 익숙한 무게감은 덜어내면서도 그 존재감은 잃지 않은 맛. 새롭다기보다는 '편안한 낯섦'이었다. 그 덕분인지, 물론 고단함도 한몫했겠지만, 그날 밤은 편히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카운터석에 앉아 똑같이 교카이 돈코츠 라멘을 기다렸다. 같은 풍경을 기대했지만, 적적했던 그때와 달리, 이제 가게는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늘어난 손님에 맞춰 주방에서는 외국인 직원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교적 외진 이곳까지 이렇게 붐빈다면, 번화가의 지점은 얼마나 바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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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세월에 기억이 흐릿해졌지만, 국물을 맛보는 순간 '그때와 같은 맛'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도시의 풍경도 변했고, 시대의 분위기도 바뀌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변치 않는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프랜차이즈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후쿠오카에서는 성공한 프랜차이즈일수록 소위 ‘라멘 프릭(ラーメンフリーク)’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들은 서사와 전통을 고수하는 가게를 추앙하며, 대중적인 맛에는 등을 돌린다. 바로 이 지점에서 ‘라멘 우나리’의 방식은 현명했다. ‘돈코츠’라는 단단한 ‘순정’의 축은 지키되, 교카이, 제노바 같은 매력적인 ‘튜닝’을 더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이 영리한 일탈이야말로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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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결국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때로는 잘 만들어진 '일탈'이 순정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변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 라멘 우나리의 메뉴들은 돈코츠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품격 있는 일탈로 기록될 것이다.


늦은 밤, 교카이 돈코츠 라멘 한 그릇이 안겨준 든든한 만족감을 안고 가게를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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