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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레몬 May 10. 2024

집순이 집돌이의 얼레벌레 백제 역사 유적 지구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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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제목 대신 소제목으로 백제 여행기를 붙여놓기를 천만다행이다. 무슨 놈의 여행기가 3편에서 시작되는지..

여행 가서 즐거웠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가볍게 일기대신 기록해 두려던 목적이었는데 아빠의 투머치토커 유전자가 나에게도 아주 진하게 새겨져있었나 보다.

다른 얘기하다가 여행은 어땠었지 하고 다 까먹어버릴 판이다.


화장실도 생략하고 열심히 달려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국립부여박물관이었다.

부여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실 백제금동대향로가 아닌 호자였다.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글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은 부여박물관의 sns캐릭터 인기투표에서 당선된 호자가 아주 귀엽게 생겼지만 사실 요강이라는 반전 때문이었다.

입을 헤 하고 벌리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그런 더러운(?) 용도 때문이었다니..

sns 대표 캐릭터답게 제일 처음 들어간 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는데 실물이 조금 더 요강같이 생겼었고, 이목구비가 사진보다 잘 보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된 귀여움 때문인지 개성 강하고 귀여운 호자 덕분에 웃으면서 관람을 시작했다.

귀엽긴 귀엽게 생겼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둡고 아늑한 전시실에 핀 조명을 받으며 오롯이 빛나고 있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중앙홀에서 특정 시간마다 상영해 주는 디지털 아트 덕분인지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서 운 좋게 백제금동대향로와 나 단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 덕에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리저리 뜯어보고 가까이서보고 멀리서 보고 여러 바퀴 돌아보니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모습 속에 오밀조밀한 디테일이 몹시 귀엽고 감동적이었다. 잠깐이지만 벅찬 마음까지 들어서 전생에 백제 노비였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런 감동을 나 혼자 느낄 수 없지 하면서 다른 전시품을 둘러보던 남편을 급하게 데려왔는데 이미 사람들이 들어와 있어서 정말 드문 기회였구나 역시 나는 럭키비키 하며 혼자 감탄했다.

따봉 백제금동대향로야 고마워! 乃

그리고 또 빠질 수 없는 부여박물관의 스타 나한상이 있다.

앞서 얘기했던 sns 투표글에서 나한상도 굉장히 화제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표정이 굉장히 개성 있다.

사실 나한상은 깨달음을 이루어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한 성자인 나한의 모습을 표현한 불교 조각이라고 하는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 저런 표정인 걸까 하고 검색해 보니 이 나한상이 좀 특이한 게 맞는 듯했다.

보통 온화한 미소의 얼굴이 많았는데 이 나한상은 유독 피곤한 직장인의 표정 같아 보이는 것이 아주 독특해서 인상 깊었다.

마치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싫은 나를 누군가가 사진으로 찍으면 이런 얼굴이 아닐까 하는..

성자 나한께 아주 불경한 생각 같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출근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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