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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그런 말을 본 기억이 있다. 정확한 것은 아니고 대강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몸상태가 최고의 상태가 아님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일정에서 아주 제대로 각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낙화암을 가기로 한 것이었는데, 나지막한 산책 코스라 가볍게 다녀오면 된다는 것이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었던 남편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내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그것은 남편이 가장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10대 시절 수학여행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이었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가벼운 산책코스이니 가볍게 폰만 들고 다녀오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생수도 차에 두고 간 우리였지만, 조상신의 도움이었는지 돼지의 본능이었는지, 아주 다행히 낙화암 주차장 부근의 밤아이스크림이 맛나보여 당충전과 수분충전을 한 번에 해결했다.
1시간 뒤의 나에게 정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도움이 된 아이스크림이었고, 카페 사장님은 제 귀인이십니다..
초입 부분은 정말 나지막한 산책 코스 그 자체로 해도 많이 기울어 햇볕도 따갑지 않은 시간에 나무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산책 코스라 해도 오르막길이 있어서일까? 인적도 드물어 우리 말소리를 제외하면 주위에는 온통 산속에서 여러 종류의 새소리만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
거리 이정표가 내가 착용한 워치와 많이 어긋나 있었지만 그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약 3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자 곧 낙화암 정자가 보였고, 그 너머로는 잔잔한 물결의 강과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돛배가 그 위를 미끄러져 가는 아름다운 풍경에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던 우리의 눈에 누군가 울타리위에 놓아둔 생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힘에 부쳐 버리고 간 것일까, 아니면 잠시 두고 풍경을 감상하다가 깜빡 잊은 것일까.
대신 가져가서 버릴까 하다가 두고 간 것이면 어쩌나 싶어 우선 그 자리에 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생수가 놓인 나무 울타리에는 흥미로운 광고물이 붙어있었는데, 그것은 여태 걸어온 거리보다 짧은 거리에 있는 선착장을 홍보하는 광고물이었다.
30분을 다시 걸어서 돌아가느냐, 돈을 내고 주차장까지 가는 배를 타느냐.
저질체력인 우리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다. 돈을 내고 편안함을 살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우리는 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 추억으로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