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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레몬 May 16. 2024

집순이 집돌이의 얼레벌레 백제 역사 유적 지구 여행기

006

낙화암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한 경사도의 산책로였는데, 길지만 층계가 없어 무리 없이 올라올 수 있었지만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돌을 쌓아 만든 듯한 계단길은 높낮이도 들쭉날쭉 마음대로였고, 자칫하면 미끄러질까 봐 힘을 주고 걸어 내려가야 되다 보니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그 와중에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어떤 중년남성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약간 뭔가 말을 할까 말까 하시던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어렵사리 도착한 선착장은 이미 영업을 마감했기 때문에..

오는 동안 우리가 지나친 복선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매점의 문이 닫혀있었다는 것, 그리고 인적이 드물었다는 점이나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우리만 가고 있다는 사실이라던가..

사실 나는 마음 한편으로 선착장이 영업 종료를 했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길한 생각을 잠시 했지만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그 설마가 안타깝게도 사실이 되었다.

편하게 주차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눈을 가려버린 것이다.

내려오는 길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오르막길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요 근래 내가 스텝박스로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것으로, 사실 나는 오르막길에 정말 약하다.

어느 정도냐면 평지길은 15000보를 걸어도 힘든걸 잘 못 느끼는 편인데, 경사도가 조금만 높아지면 금세 숨이 차오르고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설리번을 만나러 가다가 녹아내린 황야의 마녀와 흡사한 모습이 된다.

한겨울에도 경사도가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가면 녹아내린다

부여에 가기 전에 다녀왔었던 여행지에서도 먼저 올라간 남편이 저 이미지의 소피처럼 나를 향해 연신 격려해 주었는데, 힘든 와중에도 황야의 마녀와 소피가 생각나서 웃음이 자꾸 새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또다시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약 한 달 정도 꾸준히 스텝박스에 오르락내리락하며 틈틈이 10분씩이라도 운동을 했었는데,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지만 이번 등산(?)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운동화를 신기는 했지만 옆이 트인 원피스 차림이었던 내가 이번에는 오히려 소피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사실 운동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 제일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나의 생존본능(과 밤아이스크림)이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우리는 생수도 없이 폰만 가지고 올라왔는데, 폰의 배터리가 10% 아래로 간당간당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여행에서는 열심히 가지고 다니던 보조배터리를 이번에 여행에는 까먹고 두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혹시나 조난당했을 때를 대비해서 플래시를 켤 수도 없을 것 같았고, 최대한 햇빛이 있을 때 열심히 돌아가야 된다는 일념하나로 쉬지 않고 돌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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