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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레몬 May 17. 2024

집순이 집돌이의 얼레벌레 백제 역사 유적 지구 여행기

007

재미로 보는 mbti지만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가장 간단하고 상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된 것 같은 유행을 빌려 말하자면 나는 대문자 I이다.

그리고 내성내향인이라 혼자서도 잘 놀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이런 나라도 참을 수 없는 오지랖이 이번 여행에 있었다.

그 드문 일은 선착장에서 열심히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오르막길에서 어떤 가족을 마주쳤을 때였는데, 반쯤은 우리가 내려갈 때 한번 물어봐주시지 않은 아저씨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다.

하지만 큰 용기를 끌어내서 부린 오지랖은 안 부렸어도 될 오지랖이었다.


"혹시 배 타러 가세요?"

"네? 아뇨 저희는 절에 가는 중이에요."


생존을 위한 혈투 중인 우리와는 달리 그 가족은 여유로운 관광을 즐기는 중이었던 것인데, 아마 우리의 몰골을 보고 대충 무슨 의도로 물었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가벼운 목례 후 가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선착장 옆의 절로 내려갔고, 우리 부부는 거친 숨을 내쉬며 다시 오르막길에 올랐다.

오랜만의 운동(?)으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어렵사리 돌아온 낙화암의 산책로를 보자 조금 안심이 되었고, 부근의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서야 정신이 반쯤 돌아오는 듯했다.

그때까지 숨 쉴 때마다 미안하다며 연거푸 사과하던 남편의 말에도 그제야 대꾸할 여유가 생겨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런 힘든 이벤트가 제일 기억에 남더라는 말을 해주자 남편도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사실이 되었고, 나는 그 기억을 더 오래 남겨두기 위해 글로 쓰고 있다. (ㅋㅋ)

석양이 진다..

주차장이 있는 입구에 도착하자 하늘이 석양에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얼마 안 남은 배터리로 나는 해가지기 전에 도착했다는 기쁨과 근육통, 갈증 등의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을 사진으로 남겼다.

드디어 차에 도착한 우리는 차 안에서 열기에 따뜻하게 데워진 생수를 시원하게 들이켠 후 에어컨 바람에 짧은 휴식을 마치고, 내비게이션에 예약해 둔 공주시의 호텔을 경로로 지정했다.

부여 알차게 잘 봤다는 뿌듯함과 미리 정해둔 저녁메뉴인 김치피자탕수육에 대한 설렘으로 도로를 달리던 우리의 눈에 백제문화단지 이정표가 들어왔다.

내가 흘리듯 저기 야경이 예쁘다던데 하는 소리에 남편이 빠르게 콜? 하고 물어왔고,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오겠냐는 마음으로 나도 빠르게 콜을 외치고 말았다.

운전 중인 남편 대신 나의 손가락이 빠르게 내비게이션 경로의 수정을 마치고, 그렇게 우리는 충동적으로 백제문화단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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