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레몬 May 29. 2024

주류 속의 비주류, 딩크로 살기 002

박쥐는 포유류일까 조류일까

딩크족으로 살다 보니 외로울 때가 있었다.

 

비혼주의인 친구들이 기혼 유자녀가정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복지, 편의성 등에 불편함을 느낄 때는 나도 깊은 공감을 하는 편인데 어쨌든 기혼이다 보니 온전히 같은 입장으로 받아들여주기에는 어려운 듯했다.

요즘이야 비혼주의가 대세지만 그게 아니던 시절의 생각을 고수하시는 어른들과의 꾸준한 의견마찰로 투쟁 아닌 투쟁을 겪는 친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잔소리는 피해 가면서 이득만 챙겨가려는 얌체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유자녀가정의 친구들과도 온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냐 하면 그건 더더욱 힘든 것 같다.

낳아보면 다르다, 아이가 없으면 이혼한다(?) 같은 옛 입장을 고수하는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딩크족인 나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친구들과는 계속 교류 중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 위주로 생활해야 하다 보니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가치관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옛날처럼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조심스러워졌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딩크족인 친구와 가까워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좁디좁은 인맥풀에서는 그마저도 없어져버렸다.

같은 삶의 지향점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대화를 하던 친구가 어느 날 임신소식을 알려왔고, 나는 당연히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말을 건네었는데 그 말이 친구에게는 무척이나 섭섭했던 모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화를 나눴던 친구는 그날을 기점으로 나의 연락에 답이 오는 텀이 길어지더니 그렇게 멀어져 버렸다.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그저 행복하게 아이와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나도 굉장히 섭섭했기 때문에 그때의 서운한 마음을 글로 옮긴다. (ㅋㅋ)


가볍게 적긴 했지만 딩크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구경하다 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고, 또 같은 딩크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삶의 지향점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아닌 듯했다.

이런 게 군중 속의 고독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로 던진 얘기에 비혼주의 친구가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같이 비혼으로 노후대책을 설계하던 친구의 친구가 어느 날 청첩장을 들고 왔던 얘기를 해줘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친구는 자신의 친구는 주변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결혼 독촉을 받았을지 모르고, 내 친구도 끊임없는 임신 독촉을 받았을지 모른다고.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삶의 방식을 지켜나가기가 어려웠나 보다, 비록 우리와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이해해 주자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많은 위안이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의 방식이 신념처럼 지키기 어렵게 된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주변에서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임신여부를 물어오기도 하고(술배입니다), 불임인데 딩크인 척하냐는 무례한 얘기를 듣기도 한다.

나야 무던한 성격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편이지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쉽게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각자의 삶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류 속의 비주류, 딩크로 살기 0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