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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레몬 Jun 05. 2024

주류 속의 비주류, 딩크로 살기 003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딩크족이라고 소개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이기적이라는 얘기다.

이기적이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이라고 되어있는데, 나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딩크족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다양한 이유가 있고 그중 이타적인 이유들도 제법 있었지만 나는 분명 이기적인 이유로 선택한 게 맞기 때문이다.

직업적 성취나 자기 계발등의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서 남들에게는 대충 둘러대고 말았지만, 솔직하게 밝히자면 나는 어릴 적부터 취미부자였었고, 취미들을 온전히 즐기려면 여가시간이 중요했기 때문에 딩크는 내게 아이가 있는 삶보다 당연한 선택지였다.


지금은 이것저것 찔러보기 이후 체력적 한계와 꾸준한 흥미의 교집합에서 독서와 게임 두 가지가 살아남아 있는데, 또 언제 어떻게 늘어날지 나 스스로도 모른다.

특히 독서는 어릴 적부터 정말 좋아하던 취미였는데, 책이라면 문학 비문학 만화책 가리지 않고 다 읽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이런 나의 모습에 많은 기대를 하셨던 모양인데, 죄송하게도 공부는 안 하고 그냥 책에서 흥미를 찾는 평범한 사람으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좋아하는 책도 생기고, 아껴가며 읽기도 했는데 어린 사촌동생이 집에 다녀간 다음이면 갈기갈기 찢겨있거나 낙서가 되어있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울고불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내 동생이 같이 안 놀아준다며 머리를 쥐어뜯고..

아무튼 요즘이었다면 금쪽이에 나왔을 법한 모습들이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내 취미를 지키기 위해 아이는 낳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했었던 것 같다.

(특히 절판된 책이 찢어져있을 때 아주 굳건해졌다.)

그랬던 사촌동생은 지금은 다행히 아주 착하고 바르게 잘 자랐다.

하지만 그렇게 자랄 수 있도록 숙모와 삼촌이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 알기 때문에 더더욱 확고해질 뿐이다.


이렇다 보니 가족들에게 딩크족으로 살 거라는 얘기를 했을 때 숙모와 삼촌은 둘만 잘 살면 된다는 얘기를 해주셨었는데, 의외로 부모님이 본인들 탓을 하셨다.

어릴 적 내가 엄마 속을 썩이면 너 닮은 딸 꼭 낳아보라는 덕담을 해주셨었는데 그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 혹시나 자신들이 부모로서 못해준 게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둥.

사실 내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나와 동생의 의견과 개성을 잘 존중해 주셨기 때문에 정직하게 말씀드렸던 건데 남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길을 걷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되셨던 것 같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이유 때문이었다면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도 않았을 거라며 안심시켜드리려 했지만 자녀가 둘인데 그중 하나는 딩크족, 그중 하나는 비혼주의자로 둘 다 소수의 길을 가겠다고 하니 안심하시려야 하실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정직하게 말씀드렸다.

남들의 기준에 하나둘씩 맞추다 보면 끝이 없을 것이고, 그것은 나의 행복이 아니라고.

이것은 오롯이 나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그럼에도 부모님은 초반의 몇 년 정도는 염려하는 마음이 담긴 걱정의 말을 건네셨지만 꾸준히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이제는 안심하신 듯하다.

요즘은 오히려 황혼육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너무 편한 게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하시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다.

최근 읽은 책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부분으로 이번 편을 마무리해 본다.


"사회를 하나의 모자이크로 본다면, 조각 하나하나가 고유의 색을 풍성하게 가질 때 전체가 가장 빛난다. 우리가 사회에 가장 유용하게 공헌하는 길은 각자가 고유하고도 온전한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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