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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샤인 Mar 18. 2024

남편이랑 살면 왜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할까?




(얼굴을 찌푸리며) “생선 튀겼어…?”

“아니?? 미역국 끓였는데~ 비린내 나?”




1. 연애할 때 우리 남편은 뭐든 잘 먹고 까다롭지 않은 쾌남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5년 정도 되고 나니 갑자기 편식쟁이가 꼬마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나도 비린내 나는 걸 싫어하지만 성장하는 아이들 영양 생각해서 가~끔씩 튀기는 생선인데 남편이 코 막고 들어오는 모습에 괜히 눈치가 보인다. 그리곤 다음날 아침 주방에 들어와 아직도 냄새가 난다며 코를 킁킁 거리는 모습. 이럴 때 내 남편이지만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퇴근하면서 맥주와 과자, 아이스크림을 사 온 남편. 내가 좋아하는 찰떡아이스도 사 왔다며 “나 잘했지? 최고의 남편이지? “라는 표정을 짓는. “응 고마워…^^” (반응 시큰둥하면 은근히 삐져서 우선 고마움은 표시) 남편이 과자를 좋아해서 먹는 건 좋지만 밤에 자기 전에는 먹지 말아 달라고 매번 언질을 주는데 오늘도 유튜브 보며 포테토칩과 맥주를 먹고 있는 저 자태. 약속을 안 지키면 유튜브 시청시간을 줄이는 아이에게나 하는 규칙을 적용해야 말을 들을까나…? 원래 자기 전에는 군것질 금지인데 아빠가 먹고 있으니 첫째와 둘지도 먹고 싶다고 나를 쳐다보는 이 상황. 여보 우리는 어른이잖아. 애들 앞에서는 조금 자제해 보자 제발…




3. 다행히 라면은 혼자 끓여 먹을 줄 안다. 그렇지만 라면봉지와 수프껍질은 버려야 할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고이 전기레인지 바로 옆에 모셔두는 행태. 10년간 계속된 나의 가르침으로 요즘은 그래도 5번에 3번은 버린다. 근데 그 외에 과자껍데기, 홍삼껍질, 맥주캔 등은… 그대로 식탁 위에. 그러면서 첫째가 과자 먹고 책상 위에 과자껍데기와 부스러기 흘려놓으면 이게 뭐냐고 애 잡는 남편. 첫째도 첫째지만 이 머스마들이...




4. 남편에게 빨래통은 너무나도 먼 지구반대편과도 같은 것. 샤워할 때 벗어 놓은 잠옷 항상 발수건 옆에 덩그러니. 이것 때문에 둘째 임신했을 때 내가 폭발할 때가 많았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골반은 내려앉는 것 같고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데 청소하려고 바닥 걷어내다 보면 항상 발에 차이던 남편 잠옷…. 무거운 배로 허리 구부릴 때마다 어쩔 때는 눈물이 났다. 말할 때마다 남편이 진짜 깜빡했다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던 습관. 나중엔 다 빨고 건조해서 개려고 둔 짱구잠옷만 봐도 괜히 화가 남.




5. 남편은 화장실청소, 쓰레기정리를 우리 집에서 도맡아 해주고 있다. 집안일 중에 고난도의 파트라 그 듬직하고 다정한 모습에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할 때가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는 이 일을 할 때마다 우쭈쭈 해줘야 하는 면이 있다. 했는데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칭찬도 안 해주냐고 은근히 삐진다. 어려운 일을 해줬으니 그 정도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매번 그러는 건 내가 많이 지친다. 나는 내 할 일을 했으면 그걸로 끝인데 할 일을 마치고 나 이거 다했어~ 멋지지?라는 눈빛을 보내는 남편을 볼 때면 귀여울 때도 있지만 어쩔 땐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사소한 집안일 관련된 것들이 큰 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시작은 식탁 위에 과자껍데기, 세탁기까지 가지 못한 잠옷이지만 내가 그런 이야기에 대해 시작을 하면 남편은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만 받아들여 나한테 더 큰 폭탄을 매번 던진다. 예를 들면 삐져서 며칠간 말을 안 하고 원래 했던 자기의 역할들을 다 안 한다. 이런 행동도 다 대화의 하나인데 나는 그런 방식의 소통은 정말 아이 같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결국 나한테 사과를 하지만 그것도 내가 하라고 하면 하는...



나는 나와 같은 어른이랑 결혼했는데
왜 자꾸 아이랑 실랑이하는 것 같고 어르고 달래야 하는 기분이 드는 걸까?




사람은 잘 바뀌지 않으니 남편의 소통방식과 생활습관이 바뀌는 건 우선 크게 바라진 않기로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게 될 내 아들 둘은 지금부터라도 잘 교육시켜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른답게 소통하는. 자기가 먹은 과자껍데기는 쓰레기통에, 입은 옷은 빨래통에 잘 넣는 최소한의 기본이 되어 있는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욱 불탄다.




이번에 결혼하는 내 친구가 결혼하면 뭐가 좋냐고 물어보는데 음 글쎄?... 뭐가 좋다기 보단

같이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그냥 알아가는 중이야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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