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입니다. 인사동을 왔습니다.
지인과의 만남은 몇 시간 후이지만
장소가 인사동으로 정해지고
‘인사동…’
그 이름에서 옛 친구 같은 그리움이 느껴져서
일찍 나오고 싶었습니다.
2.
새벽까지 바빴고, 아침은 힘들었습니다.
침대에 늘러 붙은 몸을 세워
급히 도착한 익숙한 거리엔
가을로 건너가는 아침 바람이
간밤의 뒤척임을 씻겨줍니다.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은 아직 익숙한 거리
오래되고 또 새로운 가게들.
익숙한 친구의 새 모습을 보는 느낌에
편안하고 또 신기합니다.
3.
무겁고 가벼운 것들이 함께 채워진 거리에서
손님 없는 2층 카페에 자리를 잡습니다.
나에게 허락된 45분.
아침의 벅찬 마음을 전원 삼아 노트북을 켜고
오늘 아침.
나를 설레게 한 인사동이 건네는 말들에 귀 기울입니다.
4.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와 하늘은
말수 없는 친구 같습니다.
함께 있어줄 뿐입니다. 분주하게 털어 놓는 나에게
오랜만의 인사동은
‘그래, 해봐’ 라고
가만히 웃어줍니다.
가슴이 뜁니다.
5.
사람도, 거리도 익숙하지만 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그런 거니까요.
변하지 않는 나 그리고 나아가는 나.
지금 존재하는 나,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나,
혼이야 있건 없건 버려지지 않고 세상의 일부로 돌아갈 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인사동에서
삶은 설레는 것임을 배우고 갑니다.
6.
카페를 나와 이제 식당에 줄 서러 갑니다.
내가 조금 먼저 움직여서 누군가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