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였던 그 날은,
"김기영 감독님 특별 회고전" 행사와 관련하여..
낮부터 기자회견이 있었고,
<이어도> 영화 상영이 있었고..
밤에는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기념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처음 게스트 라운지에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완전히 성장을 갖춘 최윤석 배우님을 모시고,
기자회견장에 도착했을 때..
<이어도>의 여자 주인공으로,
먼저 와 계셨던 박정자 선생님이..
어머~ 자기야!!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단박에 알아보시고,
엄청 반가워하며 환대해주셨는데..
그제야 과묵하던 그 분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피어올랐고..
두 분이 한참을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김기영 감독님의 등장과 함께,
기자회견이 시작 되었고..
번쩍 번쩍-
요란하게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앞에서
같이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그 분의 말씀대로) 출연을 해놓고도
완성된 영화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본인의 작품 <이어도>를 김기영 감독님 부부와
박정자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서 관람을 하고..
함께 GV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해운대로 이동을 해서 기념 파티까지!!
그날 하루의 모든 일정에 참석을 하셨는데..
그 날은, 나도 모든 일정에 동행을 하며
같이 진행을 해야 했기에..
그 분의 모습을 근 거리에서,
내내 지켜볼 수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여러모로 마음에 걸려서-
내가 계속 그 분을 신경 쓰면서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파라다이스 호텔 그랜드 볼륨에서
화려하게 열렸던 기념 파티에서..
처음에는, 여러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그 분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는데..
어느 순간에 문득.
내가 다시 그 분을 보았을 때..
그 분은 파티장 한 귀퉁이에 혼자 외롭게 서서,
케이터링 된 행사 음식을 묵묵히- 드시고 계시더니,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리셨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무런 인사도 없이, 조용히 돌아가셨는데..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어제의 화려했던(?!)
그 하루의 일정 모두가 그분에게는 마치-
“최후의 만찬”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초야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세탁소의 친구에게 빌렸던 의상을 반납하고..
나중에, 신문에 난 자신의 기사를 보며..
과연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 드셨을런지 ㅠㅠ
그 분과 함께 했던 3박 4일의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과
복잡 미묘해진 감정들 때문에..
나는 꽤나 오랫동안..
그 여파와 여운에 시달렸더랬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 분의 연락처를 만지작거리며
전화를 한번 해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만 하다가..
차마 끝끝내, 전화를 다시 걸지는 못했는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