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주 Mar 17. 2024

이제 정치를 해볼까나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_책 읽는 마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아마 다음 총선에서도 국회의원이 되어 내가 지지하는 그들의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이 대한민국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큰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을 뽑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당끼리는 적대하고 당은 복종이라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꼴보기 싫다. 정치의 기능 중 중요한 하나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그들 누구에게도 나라의 단 한 조각도 맡기고 싶지 않다. 


문학 연구자 장영은은 그의 책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에서 한나 아렌트와 메리 매카시의 관계를 '우정이라는 연대의 정치'라고 말한다.

우정은 '친구 사이의 정'을, 연대는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하니 아렌트와 메카시는 친구로 연결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종종 귀한 마음으로 중얼거려보는 논어의 구절이 있다. "애지욕기생 愛之欲基生.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입니다." 

정치와 사랑이 똑같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리는 인간의 일이라는 결론 앞에서 나는 조금 주춤인다. 40여년을 살아오며 여러 사람에게 여러 사랑을 받았고 단언코 그 사랑들로 지금껏 살아온 것은 확실하지만 정치는, 그것에서 나는 내 생을 존중받는다 느껴왔었는지. 정치로부터 환영받는 것에 감사한 마음 들었던 적 있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40년 동안이나 그런 확신 한 번 주지 않은 정치에게 이런 상종 못할 것, 노여워하며 등 돌리고 앉아야 할까. 

우정이라는 연대의 정치, 나도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 친구와 뜻 모아 정치 한 번 해보고 싶다. 함께 글 써 세상에 내보내고, 못된 기업 제품 불매하고, 객관적 언론보도에 '좋아요' 응원 보내고, 국가폭력 희생자의 기억을 구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그냥 그래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겠다. 그게 나의, 우리의 정치이므로. 그들이 그들의 정치를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정치를 해야겠다. 그렇게 나와 나의 친구를, 우리와 닿는 이들을 살게끔 하고 싶다. 감히 거창하게도.



작가의 이전글 대차게 존엄하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