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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미동 Aug 22. 2023

수필과 머릿고기

대전중앙시장 잔치역에서

요즘 들어 혼자 일을 다니는 일이 많다.

다니는 거야 상관이 없는데, 아니 짐을 죄다 들고 다녀야 하니 그건 힘이 든다.

여튼 혼자 다니면 신경을 써야 할 것도 많고 이래저래 힘이 든다.


일을 마치고 대전역으로 왔는데

한 시간 여가 남았다.

점심에 잠깐 들러 잔치국수를 먹은 중앙시장엘 왔다.

어디 짧게라도 소주라도 한잔 할 요량이었다.



잔치역 부근에 순대와 돼지머리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소주+순대]가 오천 원이란다.

냉큼 앉아 달라했다.

근데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지칭하며


"그거 10년 된 거야, 더 받아야 해요. 고치질 않은 거야."


꼭 삐친 우리 엄마 말투처럼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조금 웃으면서 그러시라고 했다.


금방 순대랑 머릿고기를 쑹덩쑹덩 잘라내더니 

이처럼 한 접시를 내어주셨다.



소주잔은 따로 안 주시길래 위에 얹어있는 종이컵을 가져왔다. 

머릿고기라 하나 살점도 많이 보이고 먹을만하겠다.

부족하면 더 주신다는데

이 정도면 소주 한 병 먹는 데는 모자르지 않겠다.


막상 혼자 앉아 먹을라니 심심하기도 하고 헛헛하기도 했다.

뭐 그렇다고 아주머니랑 이래저래 얘기라도 나눌 깜냥도 안 되기에 그저 술만 마셨다.



순대는 피순대였다.

간혹 못 먹는 친구들이 있기는 한데...

이것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어서 난 잘 먹는다.

소주를 컵에다 마시자니 잔으로 마시는 것보다 입 안에 더 들어왔다.


'어유 혼자 마시는 소주는 좀 쓰네...'


머릿고기는 꼬숩고 맛있다.

살코기도 있고 비계도 있어서 부드럽다.




곱창도 있었다.

이렇게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고추절임이랑 먹으니 먹을 만했다.

고추절임은 그냥 짜기만 했다.





뽈살인 듯한 것도 있다.

살결이 부드러워 먹기가 좋았다.

사실 머릿고기는 다양한 맛이 나서 술안주로 먹기에 좋은 것 같다.





부들부들한 머릿고기에 짭짤한 새우젓을 얹어먹으니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피순대의 구수함도 소주 마시기에 좋았다.

뭐 할 말도 없고 할 일도 없고

그냥 소주랑 안주랑 번갈아 먹기만 했다.


그러자니 약간의 조절이 필요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되니깐

소주가 부족하다 싶으면 고기를 먹고

고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소주를 더 마셨다.





이 부분은 반대편은 좀 말랐는데

쫀디기처럼 쫀득해져서 뭐 먹기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마르지 않은 부분은 또 부드러워서 

서로 뒤섞이니 씹는 맛이 좋았다.


간혹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뭐 오래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대낮에 아저씨가 술 마시는 건 시장에서 으레 있는 일일 테니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대충 먹고 먼저 계산을 하려 얼마냐고 물으니 팔천 원이란다.

알겠다고 만 원짜리를 드리니 이천 원을 거슬러 주셨다.

지갑에 넣고 남은 소주와 안주를 먹고 있는데

별안간 천 원을 더 내어주셨다.


"아유 고기도 많이 안 줬는데 천 원 더 줄게."


나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대전에 오면 또 올게요~"


남은 소주와 고기안주도 다 마셨다.

아내의 이름에 '린'자가 들어가는데

이제 '린'이 있는 집으로 가야겠다.




소주와 고기안주를 다 먹는 데 30분이 안 걸렸다.

생각보다 빨리 마셨는데

혼자 마셔서 그런가부다 했다.


시간이 약간 여유가 있어 시장구경 삼아 조금 돌아가는데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두둥실 매달린 우산을 하나 잡으면

두둥실 내 몸이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두둥실 그대로 집으로 떨어졌으면...... 


고작 소주 한 병을 마셨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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