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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미동 Aug 24. 2023

기억은 소주로 지워졌다

중앙시장 현숙이네 실내포차

어느 비가 오다 말다 하다가 오는 그런 날이었다.

1차로 곱도리탕을 먹고 술은 엔간히 마셨다.

꼭지까지야 돌지 않았으니 2차를 가야 하는 것은 당연.


어느 넝마 같은 주점을 지나치고

H는 자기 '나와바리'라고 중앙시장을 가잖다.

거기 생선구이 기가 막히는 집이 있단다.


하지만 그 집은 이미 만석.

H의 얘기로는 어느 노래 부르는 남자 가수가 영상을 찍는 바람에 너무 유명해졌단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근데 당시가 목요일 6시가 넘은 시각 7시쯤 되었으니

웬만한 유명 술집은 죄다 자리가 없을 것이었다.

여튼 뭐 우리는 줄 서서 술 마시는 경우가 없으니 패스 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찾은 술집은 부근의 실내포장마차였다.

들어가자마자 화장실을 다녀오니

우리가 좋아하는 홍합탕이 나와있었다.



이거 뭐 소주 마시기 전에 뜨뜻하게 속을 데우기엔 최고 아닌가.

메뉴판을 보니 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격들이 착하다.

먼저 H가 먹고 싶다는 멍게 우렁쉥이를 주문했다.



몇 점 주워 먹으니 S가 안주를 더 시키잖다.

그러면서 나보고 고르라고 하니 나야 뭐 없는 거 빼곤 다 먹으니 네가 골라라 했다.

서로 네가 골라라를 연방 떠들다가 에이 모르겠다 문어나 먹자 했다.



그리하여 문어회가 나왔는데 실은 이것도 H가 먹고 싶어 했단다. 

멍게를 먹을까 문어를 먹을까 갈등을 때리다가는 멍게를 선택했는데, 

내가 다음 안주를 선택을 잘 한 셈이었다.


그리하여 H는 좌멍게 우문어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퀭한 바다내음 가득한 멍게와 쫀득하고 쫄깃한 문어살을 뜯어먹으면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별안간 소라 한 접시가 나왔다.



이것은 누가 시킨 것이냐?

우리는 당황했지만 맛있을 것 같아서 그냥 먹기로 했다.

소라는 또 멍게와는 다른 뭉툭한 식감이 있고 문어와도 다른 구수~한 맛이 있지 않은가?


아 근데 기억이 여기까지다.

뭔가를 맛있게 먹은 기억과 뭔가를 많이 마신 기억이... 

있기나 할 것인가?


그냥 스마트폰에 위와 같이 남은 사진이 있어서 추측을 할 뿐이다. 


하지만 식당 입장 초기에 여기 괜찮다고 담에 또 오자고 S랑 얘기한 것은 기억난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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