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병원 뒤 한오백년감자탕
두 달에 한 번 어머니를 모시고 천안충무병원엘 다녀와야 한다.
나도 이미 고지혈증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으니
이미 80이 넘으신 어머닌
얼마나 많은 약을 처방받아 드시고 있겠는가.
이 날은 피검사가 있어서 아침 일찍 방문을 하였다.
피검사를 마치고 나니 진료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검사 때문에 아침을 굶으셨으니
마침 다행이다 싶어 이전에도 한번 간 적이 있던 식당을 찾았다.
충무병원에서 멀지는 않으나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에겐 그것도 먼 길이다 싶었지만
다른 곳은 알지도 못하고 가장 가까운 식당이니 선택지가 없었다.
식당 내부는 널찍하고 아침이라 선선했다.
손님이 없으니 두 식구 먹기도 편했고.
전에는 양반다리 식탁이어서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가 걱정이 되었는데
이번에 가니 의자가 있는 식탁으로 바뀌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본래 감자탕과 뼈해물찜이 전공인데
뭐 아침부터 그런 거 먹을 수도 없고
다양한 식사 메뉴가 있으니 그중으로 골라야 했는데
어머닌 선지해장국을 골라서 같은 걸로 주문을 하였다.
이전엔 뼈해장국을 드셨던 걸로 기억된다.
근데 나는 무얼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이유는 당시도 아침이었는데
뼈해장국이 1인분밖에 안 남았다고 해서
나는 다른 걸 먹었던 것으로 안다.
뭐... 아무래도 좋지.
엄마랑 같이 외식하는 건데.
엄마와의 시간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나.
반찬은 색도 고운 무김치와 열무 배추김치, 무말랭이가 나왔다.
색도 좋다고 표현한 것은 맛도 좋으니까...
또 생양파가 나왔는데
어머닌 거의 안 드시고 내가 다 먹었다.
고지혈증에 좋을 것이라 판단이 된다.
자! 이제...
천안 쌍용동 한오백년 식당의 선지 싸운드를 들어보라!
먹으면서 땀을 꽤 흘렸다.
나는 머리 다한증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증상이 원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그냥 내가 그렇다.
선지는 보드랍고 신선해서 고소한 맛이 났다.
그리고 역시 국물에는 흰쌀밥이 최고다.
꼭 이런 국밥을 먹을 때는 입안을 데고는 하는데...
이 날도 여지없이...
전에 무얼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그날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이 날도 그랬다.
어머니도 맛있게 잘 드셨다.
그도 그럴 것이 올 들어 처음 드시는 선지해장국이라고 하셨는데
주변에 이런 국밥 잘 자주 먹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가끔이라도 드시는데
그런 이가 없으니 이런 단순한 국밥이 그리우실 만하다.
근데 뭐 그렇다고 맛난 것을 못 접하고 그러시는 건 아닌데
얼마 전에도 장어 드셨다고...
그리고 집에는 같이 먹다가 남은 백숙도 있고...
여튼 직장인들은 흔해 빠진 국밥류들이
어머니에겐 접근성이 어려운 음식들이다.
그러니 가끔 포장이라도 해가야겠다.
아 국물까지 다 먹고 싶었지만...
나도 약 먹는 몸인지라...
한입 꿀꺽 마시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