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윤국과 로사
오랜만에 해가 반짝거렸다.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비가 내린 후
내리쬐는 볕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흘러내린 흙을 모아 다시 꼼꼼히 뿌리기 시작했다.
말라비틀어진 죽은 나무를 작게 잘라야만 했다.
혹시 모를 독버섯이 죽은 나무에 붙기라도 한다면
죽은 나무는 다시 덤불로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윤국은 몸을 담고 있었던 환경 연구 기관에서
기밀에 부친 연구 결과를 곰곰이 생각했다.
전 세계는 이미 썩은 고깃덩어리에서 생긴 바이러스가
식물 또는 다른 음식물을 오염시키며
엄청난 속도의 전염병으로 자연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이것은 인간에게도 파고들어 증식한다는 보고다.
이 결과가 나왔을 무렵은 이미 어떤 국가도
힘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후였다.
지구는 아마도 버티지 못하고 부풀어져 가는
썩은 음식물로 인해 인간이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며 안전하게 살아갈 공간은
얼마 남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빠르게 여러 식품 회사는 오염되지 않는
응축된 비스킷과 정제된 알약으로 끼니를 때우는
대체제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또한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한 공포심으로
사람들이 사들인 음식물 처리 기계 또한
어마어마하게 팔려 나갔고 팔려 나간 수만큼
다시 썩은 음식물의 양이 기계와 함께 비례해지기 시작했다.
걸러져 버려진 음식 찌꺼기는
기존 바이러스의 영양분이 되고 말았다.
인간의 공포와 경각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망각을 이길 수는 없는 극단적 감정으로 변해만 갔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윤국은
차가운 공기에도 땀이 식을 새가 없었다.
로사가 윤국에게 마시는 물을 건넸다.
“아, 여보 고맙지만 난 괜찮아.”
로사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여보 제발 마셔요,
당신이 온전치 않다면
우릴 지킬 수가 없어요,
당신이 먼저 안전해야 해요.”
한참 후 윤국은 로사의 잔을 받아들이고
잔을 깨끗이 비워 냈다.
“고마워요, 여보.”
로사가 윤국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다용도실 남자의 비명과 흐느낌이 다시 시작되었다.
윤국이 말했다.
“또 시작이군.”
“진과 민이 밤잠을 설쳤어요,
이제 목소리까지 변했어요.”
“물을 마시는 게 목표가 아니었을 거야.”
“네?”
“물을 줬는데도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잖아?
티켓을 알아버린 이상
살고 싶은 욕구가 더 불어난 거지.”
로사가 말했다.
“이제 하루 남았어요.”
윤국이 말했다.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되는 거야,
아이들도 당신도.”
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여보 추니도 함께 데려가요.”
“배 탈 시간이 되면 추니도 알아서
집 밖으로 나올 거야
그때 챙깁시다, 지금 추니를
이곳으로 데려오는 건 너무 위험해
그 집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우린 알 수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오염될 수도 있어.”
“하지만.. 추니가 현관문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지하실 문을 뚫을 순 없어
그쪽 상황이 어떤지 우린 알 수가 없잖아?”
그때 지하실 쪽에서 소음이 들렸다.
“광쾅쾅 쾅.”
윤국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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