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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개복치 Nov 07. 2023

돈이 싸서 본 영화 3000년의 기다림

신비와 모순

티비에서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을 봤다. 가격대가 싸서 봤다. 

거의 800억인가 들여 국내 관객수 2.4만 명이라니 망했다. 조지 밀러감독님은 매드맥스로 번 돈 많아 다행이다. 이 영화는 로맨스를 가장한 심오한 환경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웃음이 나온다. 영화소감을 단 한 줄로 요약가능하다. 


소원정령 지니는 3천만에 사랑에 빠지나 현대도시의 전자파를 견디지 못해 떠났다가 막판에 온다. 끝.


역시 조지밀러 감독이야. 이런 설정은 조지밀러감독이니까 가능하다. 줄거리보다 편집이나 화면들이 돋보였다. 1979년 매드맥스에서 선보이던 아포칼립스적 분위기는 걷어내고 화려하고 이국적인 판타지(Extravagant exotic fantasy)를 여든 노장 감독은 섹슈얼 판타지를 넣어 으른 연애에 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같이 랜덤 채팅에 오픈 채팅까지 판타지는 스스로들 알아서 찍는 나라서 섹슈얼 판타지가 통할 리가. 판타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가득하고 판타지를 현실로 데려와 찍는 정신 나간 세상에서 조지밀러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의 마지막은 지니가 떠났다가 돌아온다. 


기다려야 한다는 것. 인생에서 마주치는 우연한 사랑 같은 놀라운 일들도 헤어짐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 놀라움과 어쩌구니 없는 것이 씨줄과 날실처럼 엮어 만들어내는게 우리 인생이기에 지금 고통도 어느 날은 긴 인생 작품에 아름다운 실이 될 것이다. 


감독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 이 작품은 인생의 신비와 모순을 잘 함축해서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본 느낌과 같다. 근데 여든에도 판타지를 꿈꾸시고 꿈꾸는 판타지는 다 찍고 가시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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