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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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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Boy Oct 17. 2024

경주 여행1

여행 일기




출발하기 전에.


2주 전쯤, 경주의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가기로 결정되었다. 연구실에서 같이 가는 사람 하나 없어 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경주 갈래?


몇 개월만의 연락과 설렘. 그 친구는 일주일 뒤 연락 주겠다 했고, 곧 같이 가기로 결정되었다. 대학 졸업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 3년 만이던가.


출발하기 전에 짐을 최대한 가볍게 싸고서 집을 나서기 전에 뒤를 돌아보았다. 내 습관이다. 빼먹은 것이 없나 5초간 생각한 후 집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 버튼을 누른 후


아, 포스터!!!


그럼 그렇지. 오늘도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두고 갈 뻔한 것이다. 이 덕에 나는 뭐든 늘 시작부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11시, 서울역 도착.



출발하기 전에 입구 앞에 보이는 '토끼정'에 들어가 카레돈카츠를 주문했다. KTX 출발 시간은 11시 47분이니 충분하겠지 싶었으나 음식이 20분이나 후에 나왔다.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시간 안에 탈 수 있도록 빠르게 먹었다. 때문에 음식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웠다.




11시 45분, KTX.



 내 자리로 이동하니 한 여성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자리를 잘못 봤나 싶어 조금 그 앞에 서서 자리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영어로 여긴 14호실이라고 한다. 외국인으로 오해받은 듯하다.


Sorry!


이후 다시 내 자리를 찾아갔다. 한국말로 하면 상대방이 뻘쭘할까 봐, 그래서 영어로 말했다.


2시, 신경주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와 만나기 위해 바로 연락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따라 학술대회에 가지 않고 따로 돌아다니겠다고 했다. 어제는 나와 같이 가겠다고 했으나, 괜찮았다. 나를 보러 경주까지 와줬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더불어 친구도 오랜만의 여행인데, 괜히 시간 아까우니까. 그래서 친구에게 내 볼일 끝나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3시 15분, 라한셀렉트 호텔 도착.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문득 내 포스터 발표 위치를 메모하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 왜 항상 난 하나씩 빼먹는 걸까. 4살, 그 시절부터 도저히 고쳐지질 않는다. 부랴부랴 사이트를 뒤졌지만 어디에 쓰여있는지, 내 회원번호는 뭔지, 또 회원번호는 어디에 있는지. 하나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직원에게 물어봤다. 직원은 간단히 알려주셨고, 빠르게 찾아 기뻤다.


학술대회 장소는 무척 더웠다. 하얀 털잠바를 벗었으나 둘 곳이 없어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바닥을 가리키며 대충 두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주변을 다시 둘러보다 허리에 둘러맸다.


포스터를 꺼내 벽지에 테이프로 붙이는데 내가 애먹는 것처럼 보였는지 좌우에서 내게 손을 내밀어줬다. 감사한 마음으로 거절했다. 이유는 모른다. 간섭받기 싫어서일지도. 아니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이럴 때마다 난 무척 혼란스럽다.


감정과 생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

늘 모순에 사로잡혀있는 사람.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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