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풀 벗기기
Page #4. 한꺼풀 벗기기
이래저래 살면서 생기는 습관 같은 것들.
어떤 모양이든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쉽사리 버리기 힘든것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들 하나 하나를 나열해보니 중독성이 강한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매일 같이 마시는 커피도 일종의 중독이고,
어느샌가 과하게 낮에 쏟아지는 잠을 어쩌지 못해 매일같이 자는 낮잠마저도. 밤에 잠을 자고 있는건지 몽상 속을 헤매다 나오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매일 꼭 꼭 챙겨서 보던 드라마나 연예프로도 보지 않고 몇달을 지내고 보니 지난 날 텔레비젼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별 의미 없이 한 두시간씩 친구들과 떠들어대던 전화 통화도, 매일 밤마다 먹어대던 기름진 야식도, 한시라도 곁에 없으면 불안하기까지 한 핸드폰도 말입니다.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삶 속에 나도 모르게 스며든 익숙한 것들 중 꽤나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딱히 이로울 것없는 중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다시 의식하고 돌이켜 보니 그렇네요 정말.
모두 공통된 점이 있어요.
원하던 원치 않던 계속 하다보면 습관이 되어지고,
그 습관들이 모여서 하지 않으면 손이던 몸이던 어딘가가 간질 간질해지면서 급기야 하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도저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만 같은 불간감으로 엄습해 온통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기도 해요.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도 있구요.
뭐.. 적막함이 어색해 무의식적으로 리모콘을 들고 티비를 켜는 것도 비슷하다 여겨지네요. 어찌되었든 그 시간동안 멍하니 네모진 상자 속에 빠져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다음은 뭘 보지? 적막함보다 더 무서운 적적함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화가 쌓인것을 푸는 스트레스 겸용이라 생각했던 것 어찌되었든 처음엔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을지라도 그 속의 의미가 바뀌게 되는 것이죠. 처음 목적과는 상관없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구요, 오히려 굳이 원치 않는데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해야할까. 하지 않으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고 무엇이 누구를 위한건지, 누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한끝 차이이지만 질서가 무너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벗어날 수 없고 시작도 끝도 없는 굴레예요-뫼비우스띠같은.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뫼비우스띠와 같은 트랙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껴도 나올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함정이더군요-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언젠가 내가 원할 때 나의 의지대로 끊어버릴 수 있다 생각하지만 잘라버리기는 커녕 그럴수록 무언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핑계를 만들어냅니다.
지금말고 나중에
쉬운 것부터 하나씩 멀리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경험해 본 바로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벌써 위험; 신호이고 그 또한 영혼을 조금씩 소리없이 갉아먹는 좀벌레와 같아 중독이라는 이름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요.
오래 전에 제가 있던 기숙사 건물 뒤에 숲이 있었어요. 호기심으로 사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그 곳에 간 적이 있었는데, 목적지 없이 끊임없이 산 속으로 올라갔어요. 그저 궁금했던 것 뿐이었는데 사람 손이 타지 않은 곳이었던지 점 점 길이 좁아지더니 사라지더군요. 말 그대로 숲을 헤치며 걸어 들어갔어요. 어느 정도 가다보니 앞에 가던 친구들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환한 대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예요. 마냥 나무와 풀, 한없이 자라있는 가지들과 나뭇잎들을 헤치고 갈 때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 더욱 선명히 들려 이상하다 여겼지요. 작은 소리들이 모여 예민스럽게 점점 더 제 귀를 건드리더군요.
'사각 사각'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하고 저의 궁금증은 증폭되어져 가기만 했습니다. 얼른 원인을 찾아야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고, 시선은 하늘로 갔습니다. 따뜻한 태양 빛과 푸르른 하늘이 보이던 시야를 가로막고 있던 내 머리 바로 위 나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그 나무에 달려있는 수많은 초록 잎사귀들...사각 사각의 소리는 원인 모를 반복 재생하듯 끊임없이 크고 작은 소리들을 만들어냈고, 작게 들리는 듯 싶더니 집중하고보니 더욱 크게 울려대더군요. 자연이 만들어내는 숲 속의 연주란 이런 것인가..하고 안도를 하던 것도 잠시 순간을 목격한 후로는 있는 힘껏 소리 지를 수 밖에 없었어요.
정상적인 타원의 나뭇잎 모양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다소 흉칙한 모습이기도 했죠. 그대로 굳어버린 다리를 움직여보기도 전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시선을 고정해보았어요. 온전한 나뭇잎은 살아 움직이는 초록빛 꼬물거리는 족보를 알 수 없는 애벌레에 의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 한 후 도주를 위해 움직여 보았지만 이상하게 말을 듣지 않더군요. 내가 밟고 있는 그 곳 또는 내 발 어딘가의 촉감을 건드린 것처럼 . 발이 떼어지는 동시에 제 입에서도 괴성이 터져 나왔어요. 제 온 몸에 꼬물거리는 초록빛 생명체가 올라 탄것만 같았거든요.
순간은 어쩌면 잠시 느꼈던 숲 속의 연주가 맞았고, 그저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체 공존의 일부분이자 자연에게는 건강한 순환을 위한 말그대로 일상일 뿐인데.
초록 생명체는 괴물처럼 느껴졌어요.
안주하고 있는 나의 삶에 몰래 찾아 온 중독성 강한 습관들도 그럴까요?
어쩌면 깨끗하게 맑고 맑았던 나의 영혼도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 현재 우리 삶 속 당연한듯 스며들어 득없이 끊지 못하는 습관들로 인해 일부 훼손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생명과 자연의 연장선인 초록 생명체와 비교하기엔 어쩐지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세상 살며 실재로 둥근 잎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갉아 먹힌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계기는 어느 순간 맑아지고 싶었다고 할까. 피해 가긴 어렵겠지만 그저 맑음'을 가지고 싶었어요. 계속해서 쓸데없이 무겁고 비대한 느낌이 들었어요. 주변이 정리 되어있지 않은 어수선한 느낌과 머리가 띵하고 늘 흐리멍텅한 느낌. 몸도 마음도 정신도 둔한 느낌. 귀차니즘의 연속- 곧 의욕상실과 무기력함. 할일이 쌓여 바쁜 와중에도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 뒤처리 못한 느낌이요.
몸에 맞지 않는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장신구들을 하나 둘씩 벗으면 가벼워질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이 아니래도 나는 나를, 현재를 기준삼아 살고 있으니까 벗어버리면 깨끗하고 맑아지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기대감으로.
아. 꼭 그러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그런 이유로 하나씩 벗기 시작했습니다. 단계별로 조금씩. 말이 장황할 뿐 - 나쁜 습관 버리고 좋은 습관 들이기" 쯤으로 생각하면 쉽겠네요. 저는 좋고 나쁜 습관에 대해 생각하면 몸의 건강만 떠올랐는데 갑자기 그것들 모두가 SOUL-영혼과 정신의 문제로 다가온것이죠. '정신차려!'라 표현하면 딱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진심을 다해 진짜 나의 영혼을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한번도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 각오가 새로운 도전이 되었죠. 그동안 무슨 정신으로 살았나 싶고, 눈을 통해 보여지고 보는 것들 모두가 진실이 아님을 알게되었어요.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보기를 원하게 되었죠. 굳이 말을 만들자면 정신 상태 개조"랄까.
조금이나마 깨닫고 돌이켜보니 그동안 나의 영혼과 정신상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초록 생명체로 인해 훼손 되어진 둥근 잎보다도 가치없고 의미 무색할 정도로 말이죠.
10명이상 분 음식 준비로 엉망이 된 주방을 떠올려보시면 되겠네요. 가스레인즈 4개는 물론 오븐도 다 열려있고 냄비엔 국물이 넘쳐 엉망진창이죠. 뜯긴 플라스틱 봉지와 키친타올, 휴지 뭉치들이 널부러져있고, 밀가루 범벅 계란물이 뚝뚝 떨어져있는 바닥. 기름과 김치찌개로 보이는 빨간 국물이 튀어있는 벽, 싱크대 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그릇들, 각종 야채, 과일 껍질과 음식물 지꺼기. 주방 테이블 위에 짝을 알수 없는 냄비 뚜껑들과 조리 도구들.
이게 내 영혼이라고 생각해 보는거예요-
당장이라도 청소가 필요하겠죠! 이제껏 저 상태로 방관하며 살아온 느낌이 들었어요. 어차피 더러우니 옆으로 쓱- 밀어서 또 밥하고 설거지도 당장 필요한 그릇만 대충 물로만 쓱- 뭔가 겹겹이 찌든 때가 묵혀있는 기분이 들죠.
별다른 생각없이 엉망인 주방을 오가다가 어느날 띵- 하고 맞은거예요!!
그래서 마음먹고 영혼을 대청소하기로 한거예요-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글짓기를 하면서 이런것들을 보게 되었어요. 머리 속을 정리하고 정리하면서 비워내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뱅뱅 돌던 것들이 '글'로써 새로운 표현을 입고 다시 태어나기까지.
내버려두지 않고 나름 머리 속에서 샤워를 마친 기분이 드는거죠. 단장을 해보려니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글짓기를 위한 나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들. 또한 인간의 양심으로 돌아봐야할 것들이 무관심과 무거운 입으로 묵살 당하고 있었어요.
커다란 몫을 중독이 당차게 차지 및 일조하고 있었죠.
과감히 끊어내기로 했어요
나름 성공적이예요-
지금도 손이 간질거리고 입이 간질거리고 몸이 가려움을 느껴요. 간간히 스트레스 받기도 하죠.
그렇지만 평소 중독증세로 인해 받았던 -하지 못할때- 스트레스에 비하면 너무 편하고 좋네요.
날씨 맑음은 언제나 기분이 좋죠.
언제나 그 맑음을 꿈꾸기로 했습니다.
한번 물든 <중 독> 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다.
다만, 중독의 <일 시 정 지>만 있습니다.
평생 노력만이 일시정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저의 글짓기 중독- 은
영원히 벗어나고 싶지도 <일 시 정 지> 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
죽을 때 까지 하고 싶은
득이 되는 <중 독>이 있다는 것을
글짓기를 통해 배웠습니다.
* 영 원 한 <중 독> 글 짓 기를 통해
Touch My Soul - 맑 은 영 혼을 꿈 꿔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