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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Mar 21. 2024

자랑

[단어 하나에 꽂힌 이야기 -4-]

한 여인이 있다.  



여인이 딸과 함께 모임에 간 날이었다. 딸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그녀의 딸아이를 빙 둘러싼 채, 미소를 짓고 호응하며 그 아이의 말을 즐기는 걸 보았다. 그 순간 딸의 빛나는 모습을 보는 여인의 마음은 따스했다. 그 여인은 딸을 알파라 부른다.



지하 주차장 계단을 내려가던 길이었다. 그 여인의 뒤에 조그맣게 움직이던 발자국 소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다. 계단 끝에서 기다리는데 보여야 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들려온 발자국 소리, 좀 크다. 그리고 나타난 환한 미소의 할머니. 할머니는 그 여인을 바라보며 인사말을 전한다.


"오, 스윗한 소년,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나타난 그 여인이 기다리던 조그만 발자국의 앳된 소년. 몸무게를 실어 문을 잡아주다 뒤늦게 내려온 얼굴엔 만족스럽지만 수줍은 미소가 어려있다. 오, 그래.. 나의 스윗한 소년.



친구들은 그에게 세인트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자신감이 늘 솟아오르는 지식의 샘을 가진, 따뜻한 가슴으로 삶을 즐기는 남자. 그 남자가 그 여인의 남편이다. 그 여인의 마음이 작아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은 늘 넘쳐흐르고, 그를 자랑하기엔 공간이 부족해 끝을 맺을 수 없다.



여인은 이런 자랑을 늘 마음에 품고 산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할 틈이 없다. 가득 차 있어 외롭지 않다. 마음에만 품고 있으니, 그 마음은 늘 풍요롭다. 내놓지 않으니 아무도 모르나, 여인은 안다. 빛이 나는 이유를... 여인에게 늘 고요한 사랑이 흐르는 이유를...



그래서 여인은 마음속으로만, 속삭이듯, 고요하게 자랑을 한다.




상상이 더해진 창작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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