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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Mar 15. 2024

책임지지 못할 일은 안 하는 게 맞다

공감에세이

반강제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두 번 있다. 그중 하나는, 곧 나올 내 에세이 책에 그 에피소드가 담겨있고 (이렇게 책 홍보를... ㅎㅎ), 또 다른 봉사활동 경험은, 가끔 한 번씩 생각할 때마다 벼랑 끝에 발을 디디는 듯한 아찔함을 일깨워준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그 선생님이 새로 이끌어갈 프로그램의 보조로 지원활동을 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주 일정부터 참여해 달라고 내게 통보(?!)를 해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야 내가 못한다는 말을 못 할 걸 알고 그러신 듯하다. 그만큼 도움이 간절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그 선생님의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며 보조를 해드렸다.


그 프로그램은 자폐아동의 사회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아동들과 함께 다양한 장소로 견학을 가는 게 주요 일정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한 미술관에 대여섯 명의 자폐아동과 함께 갔었는데, 우리는 그렇게 이동을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미술관에서 나와 6차선 대로 앞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내 옆에 서 있던 아이 하나가 차도 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따라 움직였고, 찰나의 순간에 아이의 옷 뒷부분을 그러쥐었다. 내가 1초라도 늦었으면, 내 눈앞을 지나가던 승용차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뻔한 순간이었다.


그날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복지사 선생님께 다음 프로그램부터는 함께 동행하지 않겠다고 내 의사를 전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할 부분을 구분해야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일은 내가 분명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이의 옷을 내가 1초만 늦게 잡았더라면, 나는 그날 뉴스에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평생을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내 발끝이 벼랑 끝에 닿아있는 듯 아찔한 감각을 느끼고는 한다.


선생님은 나에게 갑자기 그만두면 어떡하냐며, 원망 섞인 설득을 하려 했다. 나는 그런 선생님께 정확히 말했다. 선생님도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시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제대로 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무모하게 아이들과 그렇게 돌아다니는 건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될 일인 거 같다고 내 의견을 전했다.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는 게 맞다.


내가 그 복지사 선생님께 건넸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그 통화를 끝으로 그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다시는 뵙지 못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victor-seet.com/strengthsfinder-themes/cliftonstrengths-respon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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