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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Mar 09. 2024

말도 안 되게 예쁜 당신

공감에세이

택배를 집 근처 서점에서 찾아오는 길이었다.


60*60 매트가 돌돌 말아져 들어있는 직사각형 상자를 들고 걸으려니 자세가 좀 불편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옆에서 함께 걷던 아이가 손을 뻗어 내 품에서 상자를 뺏어간다. 그래봤자 내 어깨에 머리가 닿는 정도고, 유달리 작은 편인 내 손과 이제 겨우 크기가 비슷해진 그 손으로 내 품에서 상자를 앗아가 품에 안는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더니 역시나 상자로 얼굴이 거의 가려진 채 배시시 웃는다. 앞이 보여야 길을 걸을 텐데, 요령이 없으니 얼굴을 상자 양 옆으로 요리조리 삐죽거리며 앞을 살핀다. 직사각형이니 비스듬히 고쳐 들면 된다고 알려주었더니, 그제야 상자를 고쳐 들며 또 배시시 웃는다. 그렇게 상자 하나에 둘이 세상 재밌는 일을 받은 듯 웃으며 걷고 있는데, 우리 앞에서 걷고 있던 하얀 바지를 입은 젊은 여인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지... 우리는 둘 다 의아해져서 바삐 뛰기 시작한 여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여인을 바라보며 뛰어오는 한 젊은 청년이 보였기 때문이다. 곧 둘은 포옹을 하고 간단히 입을 맞췄다.


나와 아이는 계속 가던 길을 걷고 있었고, 우리의 눈앞에서 젊은 연인은 행복한 재회를 나누고 있었다. 여인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 이유를 알게 되어 나는 그저 재밌게 그 풍경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왜 저러지... 뭐 하는 거야...


그제야 말소리를 낸 아이를 바라보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상자 뒤로 가린 채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러면서도 얼굴에서 부끄러운 미소를 걷어내지 못한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 거니... 너야 말로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이의 그런 모습이 재밌어 나는 또 웃고 말았다.



사춘기가 오나 보다.


나의 말도 안 되게 예쁜 당신에게도.


아름다운 시기를 맞이할 너를 위해 나는 무얼 해줘야 할까.


그저 나는 그 시기를 너와 아름답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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