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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Oct 26. 2023

내 이웃들 소개

공감에세이

내가 정원으로 난 통창 방향으로 책상에 앉아, 하늘을 한 번, 늘어져있는 늦가을 나뭇가지들 한 번 바라보면,


진저, 오렌지색 고양이가, 이 정원은 내 것이다,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내 시야를 가로지른다.


진저는 내가 앉은 모양 기준으로, 내 왼편, 또 그 왼편 집 고양이다.


난 저 고양이 이름은 모르나, 하얀색 발등이 바닥을 누를 때마다 오렌지색 얼굴이 포송해보여 진저라 부른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내 심장을 들썩이게 한다. 그래서 난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처음엔 내 정원을 제껏인양 누리는 진저가 무서웠으나, 고양이보다 더 무서운,


쥐를 입에 문 진저를 몇 번 본 후로는, 진저가 마냥 그저 위대해 보인다.


그저, 저 고양이와 입을 맞출, 내 왼편, 또 그 왼편 집주인이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앉은 모양 기준으로, 내 왼편에는 재즈, 째즈가 산다. 대뜸 이름을 자랑해서 알게 되었다.


재즈는 예술가인데, 정원 끝에 있는 창고에서 가끔 재즈를 크게 틀어놓고 작업을 한다.


재즈는 째즈라 불리는 딸이 있는데, 이름은 같으나, 그 외모의 질감으로, 나는 재즈, 째즈라고 그들을 나눴다.


내가 앉은 모양 기준으로, 내 오른편에는 오래된 고택이 건초 지붕으로 덮여있는, 동화 속 집 같은 집이 있다.


그리고 그 동화 속 집 같은 집과는 매우 다른 질감의, 복싱 체육관 관장님이 그 집에 산다.


복싱 체육관 관장님은 수요일 저녁마다 고택에 딸린 창고에서 격투기 레슨을 한다.


재즈의 재즈와 우리 집 정원의 내 집 고양이가 아닌 진저, 복싱 체육관 격투기 함성,


일상에 나란히 놓인 내 집의 이웃들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mooseyscountrygarden.com/cats-dogs/ginger-purring-ca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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