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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Jul 15. 2024

미안하다는 말이 낯설어

중국 문화

내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일반적으로 네덜란드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진짜 잘못을 한 경우에도 사과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에둘러 다른 표현으로 넘어가려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좀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로 본인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도 당당하게 그 상황을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인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의 당혹감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태도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에게서도 흔히 접하게 되고는 한다.


중국에서 한 요구르트 디저트 가게에 들렀던 적이 있다. 내가 물건 값을 현금으로 계산하려고 하자, 계산을 도와주던 어린 직원은 엄청 미안해하며 휴대폰으로 하는 전자결제만 가능하다고 안내를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그 직원은 내게 중국어로 미안함과 유감스러움을 표현하는 의미를 가진 '부하오이쓰' 문장을 네 번이나 연속해서 말을 했다. 오랜만에 그런 태도를 접한 나도 매우 의아했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은 그 직원이 이런 작은 일로 미안하다는 말을 연속해서 말한 것에 굉장히 놀라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네덜란드에서는 누군가가 이런 조그만 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십 년 전 우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제대로 된 화장실 문이 없거나 잠금장치가 없어 화장실에서 충격을 받았던 아이들에게 또 다른 의미의 충격적인 경험이 되었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일이지만, 문이 없거나 문이 잠기지 않는 화장실과 미안하다는 말을 늘 사용하는 서비스 제공자는, 누군가에게는 서로 다른 의미로 문화적 충격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네 번의  부하오이쓰를 접하고 나니,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고객을 우선시하는 서비스 마인드에 익숙한 나도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네덜란드의 거만한 듯 당당한 서비스직 직원들의 태도에 이미 익숙해진 탓인지, 이런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태도가 조금 낯설었.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금 결제가 안되고 모든 결제가 전자 결제로만 이뤄지려면 네덜란드는 아직 한참은 멀었으니 이와 같은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게 우선 쉽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고 해도, 직원이 결제 문제 때문에 미안해하는 듯한 표현이나 태도를 보이는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아니, 오직 카드 결제만 가능해요!'라고 그냥 당당히 직접적인 표현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계산을 종용하고 말았을 일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문화에 따라 그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실수든 잘못이든 인정하는 듯해지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안하다 또는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는 개인적인 판단보다는 그게 좀 더 사회적인 교육의 결과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의 여부나 옮고 그름의 여부를 떠나 유감스러운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사회성이 잘 발달된 모습이라고 가르침을 받고 자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추구하는 이상적인 생활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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