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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Mar 09. 2024

생활비가 떨어져서 일하러 갔는데

생활매체연구 (4)

개요 : 생활비가 떨어져 가던 중, 집 근처 어느 의원에 홍보과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렇게 SNS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는데 SNS로 밥벌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론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하다. 그런데 덩달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유용한 메시지를 만들고 좋은 매체환경을 가꿀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아졌다. 저품질 콘텐츠로 건수나 조회수 실적만 쌓아서는 안 되겠다. 시민과 지역사회 전반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쌓이는 요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키보드를 두드린 오늘.




지난번 글을 쓴 지 백구일째만에 다시 글을 쓴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직 생활을 즐기던 나였다. 그런데 점점 고갈되는 통장이 어느 순간 눈에 찼고 가장으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고 했다. 아내는 남은 돈이 더 떨어질 때까지 주에 몇 회, 하루에 몇 시간씩만 일하는 단순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를 바랐다. 조금 더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단순 아르바이트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그마저도 '경험'이 있어야 했다. 결국 단순 아르바이트는 이력서도 못 넣고 다시 내가 '경험했던 세계'로 발을 들이고 말았다. 쉽게 말해 전공 살리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두 달 전쯤, 집 근처 어느 의원에서 홍보과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맡은 주 업무는 SNS 및 온라인 홍보다. 지난번 글들을 읽은 독자들은 기가 찰 노릇이겠다. 그렇게 SNS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내가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다뤄야 하는 업무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 말고는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듯했다.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만은 없는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먹고사는데 유리하다는 것은 세월의 풍파를 맞으며 몸소 깨닫게 된 바다. 또 가정을 두고서 개인적인 철학만 주장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일 해보니 좋은 점이 꽤 많다. 공장에 비해서 깨끗한 환경, 널찍한 책상, 친절한 직장동료들이 나를 반겼다. 그렇게 입사 초는 감격과 감사에 젖어들었다. 그런데 지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왠지 시간이 갈수록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닿지 않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쳐가는 느낌이 들어서. 


페이스북은 공동묘지 같고 인스타그램은 '릴스'로 올리지 않으면 누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유튜브 콘텐츠는 가볍게 만들 생각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내부적으로는 콘텐츠 실적이 건수, 조회수 등 양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그렇게 되면 양적으로 승부를 보는 일이 개인적으로는 유리할 수는 있다. Ai를 잘만 활용해도 그런 일들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만다. 우리 의원이 설립된 목표가 뭐지?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었나? 건강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는 최고의 건강증진서비스 실현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의원이 아니었나? 사람들을 스미싱해서 조회수를 높이고 좋아요를 누르게 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시민들의 건강증진이 목적인 것이다. 


내 밥그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정보로부터 피로를 덜 느끼게 하고 꼭 필요한 정보와 의미를 제공하는 데 있다. 나는 한 소리를 듣겠지만. 그래도 저품질 콘텐츠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퇴근 후에도, 주말 동안에도 고민하고 있다. '경험했던 세계'로 들어왔다고 했지만 내가 공장과 여행지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일이 부단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생활비를 벌려고 했던 곳. 이 자리에서 다시 생활매체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 누군가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풀리지 않는 숙제를 머리에 가득 이다가 무게에 짓눌린 바람에 공허한 비명을 질러버렸다. 덕분에 조금은 환기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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