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 20160819 / 예당마을
지독한 두려움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 창 가에 촛불 밝히고 홀로 앉으니
이제야 왈칵 눈물 난다.
어제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갑작스레 일어나 몇 걸음 비틀거리며 걷다가
이내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응급실 간이침대에 와 누운
낯선 낯빛의 그이!
분명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었다.
산다는 것은
밀쳐두었던 슬픔과
언제고 느닷없이 닥치는 아찔한 벼랑을
마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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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우리의 연륜을 묵혀가고
철 따라 잎새마다 꿈을 익혔다 뿌리건만
오직 너와 나와의 열매와 더불어
종신토록 이렇게 마주 서 있노라"
화가 이중섭이 쓸쓸한 마지막을 보낸 적십자 병실에 남겨져 있었다고 전해지는
친구 구상의 '세월'이란 제목의 짧은 글 또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