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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 Feb 23. 2024

내일은 베트남에서 꿈을 꿔볼까

새로운 터전에서 펼쳐보는 나의 꿈

'언젠간 베트남에 나가게 될 수도 있어'


20대 중반 어느 날, 당시 사귀던 남자가 내게 한 말이다. 외국에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때문에 그를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그 때부터 왠지 모르게 외국 생활에 대한 가능성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게 되었다.


사실 아주 어릴 때부터 난 언젠가 한번은 외국에 나가서 살아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냥 막연히, 딱히 정해진 나라도 이유도 없었다. 누군가는 역마살있는거 아니야 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괜한 동경이었을까, 아니면 한국에서의 삶이 너무 팍팍했을까, 그저 한 나라에서만 사는 건 너무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강했다.


시간이 흘러 내게 베트남에 나가서 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그 남자는 나의 서방이 되었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린 거짓말처럼 결국 베트남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일단 아이들 교육도 영향을 미쳤다. 나도 아이들에 대한 애살이 적은 엄마는 아니다. 자녀 미래에 대단한 욕심은 없지만 아이가 좀 자유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인생을 주도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인데 엄마들의 세상을 알게되면서 한국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환경이 나무 줄기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기회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역시 아이 둘을 낳고 일을 쉬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했다. 새로운 Chapter가 시작된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그런 전환점 말고 확실한 전환점을 찾고 싶었다. 어떤 친구는 그냥 서방만 가고 너랑 애들은 여기 있어도 되지 않냐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왠지 그건 옵션이 아닌 것 같았다. 나에겐 새로운 제목의 새로운 이야기, 진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주 결정을 하고 지난 12월 아이들을 데리고 2주 정도 호치민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날씨가 덥진 않네 했는데 알고 보니 12월이 호치민에서 가장 덜 더운 한 달이라고 한다. 아이들 유치원, 학교 투어도 하고 살만한 아파트 단지들도 둘러보고 음식도 먹어보고 중고 책 거래까지 해보니 이제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워낙 베트남에 한인 인프라가 구성된지도 오래되었고 Grab이라는 배달서비스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옛날보다 많이 편리해진 생활이 눈에 보였다. 역시 세상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사람사는 건 다 비슷한게 맞았다.


떠나는 걸 결정한 뒤로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있다.


"나가면 언제 다시 와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냥 오래 있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러면 다들 놀라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떠날 생각을 하느냐고, 돌아오지 않을 마음이 들 수 있냐고 말한다. 여기가 그립지 않겠냐고, 다른 나라 가면 외로울텐데 친구도 가족도 자주 보지 못하지 않느냐고.

과연 그럴까? 난 지금 그저 향수병을 겪어보지 못한, 타지에 살아보지 못한 자의 오만한 마음인걸까?

사람사는 거 다 똑같지, 가서 부딪히면 되지 하는 섣부른 용기일까?

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당연하게 '떠남'을 결정하게 되었을까?


나에게 베트남행은 결코 아이 교육 때문만도, 서방 일 때문도 아니다.

마치 아주 오래 전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 땅을 떠나는 이들의 마음처럼

내 인생에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 내가 무슨 꿈을 꾸게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내가 어디서 꿈을 꿀지는 명확해졌다.


5월,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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