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김시은)이를 너무 좋아하는 세미(박혜수)는 그녀를 독점하고 싶다. 그래서 사랑을 확인받고 싶고 홀로 고백하고 싶은데 하은이는 늘 딴 데만 바라보는 것 같아 속이 탄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세미는 하은이에게 고백하려 하는데 자꾸만 삑사리가 나서 결국 대판 싸우고 마음이 헝클어져 거리를 헤매이는데.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는 고교판 <우리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가 싶더니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큰 반전의 파도를 탄다. 초반부 하은이를 짜증나게 만드는 세미의 이기적 욕심마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나의 눈에서 수분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질투는 사랑의 증거다. 셋이서 공평하게 나눠갖는 사랑은 없다. 그래서 사랑은 독점권을 요구한다. 그런 세미를 친구들마저 안타깝게 바라본다. '하은이가 그렇게 좋아서 어떡해...'
급기야 세미는 하은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질투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훕바바가 누구지? 하은이의 스토커인 아이디 똘이아범의 정체는 누구인가? 다애는 어떻게 하은이의 비밀번호를 아는 걸까.
고2 여학생의 마인드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춘기의 격정으로 가득하다. 이성적으론 설명할 수 없이 분출하는 감정의 폭포가 차분함을 덮어버린다. 우리도 다 겪어보지 않았는가.
'너안에 다 너뿐이잖아.'
'네가 사랑받고 싶은 생각 뿐이잖아.'
성숙하지 못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성장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스토리 라인은 혈관에 꽂힌 링겔이 되어 감정선을 타고 흐르며 브라운관에 관객을 묶어 버린다. 게다가 미래의 유망주 박혜수와 김시은의 불꽃튀는 연기가 상반된 아름다움으로 체화된다. 극 중 박혜수가 하은과의 이별을 떠올리며 부르는 빅마마의 '체념'. 그녀가 슈스케로 데뷔했던 가수임을 그제서야 깨닫는 건 그만큼 연기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굳이 마르틴 부버의 저서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영화만으로 나와 너라는 존재의 연결성, 그 신비로움을 잘 이해하도록 연출되었다.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날'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토록 따뜻하게 '그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