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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Oct 02. 2024

룩백 - 불꽃같은 우정의 기억


초등학교 통신문에 네 컷 만화를 그리는 ‘후지노’는 우연히 알게 된 은둔형 외톨이 ‘쿄모토’의 비범한 그림 솜씨에 자신감을 잃고 만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교모토는 후지노의 찐팬이었고 그날로 후지노는 하늘을 날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 든다.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지만 만화가 아닌 순수미술로 전향하고픈 쿄모토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룩백>은 순수했던 두 사람의 청춘과 우정을 꼭꼭 눌러담아 타임캡슐에 저장한 듯한 묘한 감동을 전해준다.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고 자신의 인생에서 굉장히 값진 자산이 된다는 것을.






파편화된 각자도생의 교육시스템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우정을 경험하기 어렵다. 이런 드문 우정 스토리를 접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제도권 울타리 바깥에서일 것이다. 극 중 두 사람은 만화가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완벽한 케미를 경험한다. 만화가는 고되고 끝이 없는 일 같지만, 완벽한 어시스트가 주어졌을 때 목표 수준은 한없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걸 경험한다. 




극 중 후지노는 교모토의 멋진 배경 작화에 힘입어 인기 작가로 거듭난다. 그리고 교모토만 옆에 있어 준다면 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가득찬다. 하지만 인생이란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내 뒤만 따라오라고 강권할 수도 없는 것. 교모토는 애시당초 순수회화가 맞는 사람이었다. 그가 미술책에서 회화작품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건 그의 결이 거기에 맞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떻게 보존해야 값진 것일까. 그건 아름다운 추억 그대로를 항아리에 담아 땅 속에 묻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 역동적이었던 시너지를 기억하고 그 동력으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만화든 공부든 육체노동이든 종목은 중요하지 않다. 서로간에 불어 넣어 주었던 그 상생의 불꽃, 그 온도와 색깔을 기억하고 웃음짓는 것만으로도 우정은 영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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