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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톱 Sep 19. 2023

괴상하지만 왠지 따뜻한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2)>

이 글은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2)>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가급적 영화를 보신 후에 글을 읽어주세요!



괴상한 가족의 등장


<아담스 패밀리(1992)> 포스터

<안녕, 아담스 패밀리>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난 뒤였다. <안녕, 프란체스카>가 이 <아담스 패밀리(1992)>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듣고는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런 말도 안되는 시트콤의 기반이 되었을까 라고 생각하며 구매 버튼을 눌렀다.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2)>는 흔한 가족영화는 아니다. 흔한 가족영화라 함은, 한 가족이 어떤 위기에 봉착하고,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따뜻한 대사와 장면으로 그려내는 사랑, 감동, 눈물의 콜라보레이션을 말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그런 전형적인 감동 포인트가 등장하는 족족 유머로 전환시킨다. 이런 방식의 유머는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비슷하게 쓰이고 있다. 흔하디 흔한 코미디 영화 중에서도 유독 <극한직업>이 인기를 끌었던 것을 보면, 이 영화가 주는 신선함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다.


WEIRD IS RELATIVE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상"하거나 "괴상"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애쓴다.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담스 가족은 정말 "이상"하다. 가령, 어두침침하고 괴상한 것들로 가득한 저택에 살면서 새까만 옷만 입고 다닌다거나, 본인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것 등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상하고 괴상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니, 그런 사실을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다. 일부러 다른 사람들을 개의치 않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본인들을 향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웬즈데이

이상하고 괴상한 것들을 우리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숨기려고 한다. 이에 반해 아담스 가족은 그런 것들을 가지고 논다. 정지 신호판을 집으로 가져와 버려서 사고가 나게 만들거나, 동생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고 화살을 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부모는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한다. 마치 좋은 성적을 낸 아이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부모처럼, 아담스 부부는 괴상한 행동을 멋지게 해낸 아이들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아담스 가족들에게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잣대를 사용하는 것은 별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혹자는 아담스 가족들의 행실(예: 사람들을 괴롭히기, 민폐끼치기, 사회적으로 적절한 선을 지키지 않는 등)에 대해 그런 건 옳지 않은 행동이며 뭐가 웃기냐고 할 수도 있다. 옳은 말이다. 실제 현실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행동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문단에서 다루었다.


왠지 모를 따뜻함


아담스 가족은 정말 이기적이기만 한 가족일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아담스 가족은 조상 대대로 범죄자를 배출한 가족이다. 나쁜 일을 벌이는 것을 즐긴다. 아담스 가족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담스 가족은 이기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아담스 부부는 어느 부부보다 금슬이 좋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한다. 사회에서 특이하거나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건 이들이 본성이 착하다거나 착한 행동을 하려고 애를 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아담스 가족은 이기적이고 나쁘지만, 편견이 없다. 감정에 솔직하고 자유롭다. 이 점이 아담스 가족과 평범한 가족을 구분짓는 것이다.



세상에 없던 가족

사회가 그들을 배척하고 그들이 사회를 배척하면서 아담스 가족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끼리 똘똘 뭉쳐 가족 간의 유대나 결속력이 아주 강해졌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아담스 가족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면 이상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전혀 들지 않지만, 그 가족 속에 있으면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를 잘 나타내주는 인물이 바로 고든(페스터 아담스)이다.

고든은 처음에 자신이 아담스 가족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외부인과 다름이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특히 엄마(였던 사람)의 시선으로 아담스 가족을 바라보았다. 괴상하고 멍청하고 상대할 가치도 없는 인간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 집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을까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은 그가 생각한 것과 반대로 흘러간다. 가족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전에 없던 따뜻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의 엄마와 아담스 가족은 이기적이고 나쁜 행동을 한다는 데서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그의 엄마가 더 악인처럼 보이는 것은 아담스 가족이 그리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들만이 가능한 유머


관에 있는 시체처럼 자는 웬즈데이

여자아이: 이거 진짜 레몬으로 만든 거니?

웬즈데이: 응.

여자아이: 난 방부제가 없는 자연산 유기농 음료수만 마시거든. 진짜 레몬으로 만든 거 확실해?

퍽슬리: 응.

여자아이: 그럼 이렇게 하자. 그 레모네이드 한 잔 살테니 너희도 내 걸스카우트 쿠키 사 줘. 어때?

웬즈데이: 그 쿠키 진짜 걸스카우트로 만든 거니?


모티시아: 헨젤이 재빨리 불쌍한 마녀를 아궁이에 밀어 넣어 버렸어요. 마녀는 산 채로 불타며 괴로움에 몸부림쳤죠. 생각해봐요, 여러분. 그 기분이 어땠을까요?


아마도 아담스 가족은 요즘 뜨는 "매력적인 빌런(Villain)"의 시초가 아닌가 싶다. 이들은 뻔한 상황에서 뻔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한다. 게다가 그것들에는 뼈가 있다. 거의 30년전 영화지만 오늘날 가족의 모습과 빗대어 봐도 특이하고 신선하다. 이 괴상한 가족에 대해 자세히 탐구하고 싶다면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2)>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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