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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보우보 Nov 15. 2023

선생님! 저 한번 안아주세요!

고등학교에서 일본 어 교사로 근무했다. 학생부 지도교사로서 등굣길 교문 지도를 매일 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향해 ‘아리가토(ありがとう)! 아리가토!’ 하며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는 ‘뭐지?’하고 의아해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리가토’라고 응답해 줬다. 지금 생각하니 학교에 오는 학생들 복장 등을지적해야 할 학생부지도 선생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인사를 하니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였으리라.     


학생들은 내 이름은 잘 모르지만 ‘아리가토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스쳐 지나치면 ‘아리가토! 아리가토!’라고 인사하며 눈인사한다. 어떤 학생이 “선생님! 아리가토가 무슨 뜻이 여요?”라고 물어본다. “아! 아리가토는 일본어란다. 모든 일에 감사하자!라는 의미로 쓰고 있단다!” 그랬더니 일본어인 줄 모르고 있던 학생들도 ‘아리가토’가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자!’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기어로 널리 퍼져 나아갔다.     

등굣길에 1,500여 명의 학생들을 맞이한다. 어느 날 전혀 모르는 한 학생이 다가와 “선생님! 저 한번 안아주세요!”

깜짝 놀라서 “왜! 왜! 무슨 일이야?”

“엄마랑 말다툼하고 나왔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럼 엄마한테 전화해 보면 어떨까?”

“전화할 용기가 안 나요!”

“네 휴대폰으로 통화하면 쑥스러워서 그럴까?”

“네”

“그럼 내 것으로 해 보면 어떨까?”

“그래 주실래요?”

“어머니! 000 학생 학교 선생님입니다. 000 학생이 오늘 아침 엄마랑 말다툼하고 나왔는데 엄마한테 사과하고 싶은데 통화할 용기가 안 나 제 거로 한 겁니다. 잠깐 받아 보실래요?” 이 학생과는 등굣길마다 미소로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리가토’라는 인기어가 마냥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동료 영어선생이 자신은 쌩큐! 쌩큐! 하면서 나에게는 아리가토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분은 “일본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있어서 쓰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나는 “‘감사’의 의미가 일본어로는 ‘아리가토’여요. 영어로는 감사의 의미가 ‘쌩큐’이듯이 단순히 ‘감사’ 의미의 언어여요. 내가 일본어 교사이긴 하지만 일본을 찬양하거나 일본에 호감을 느끼고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매사 고마워하자’라는 의미로 쓸 뿐이어요!라고 말해 주었다. 그 선생님도 내 말을 듣고 이해해 주었다.     


내가 ‘감사’의 사례로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자신을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하는 가르침을 주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모두 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은 그 사람의 행실 등을 본받아 스승이 될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은 그저 나쁜 것만으로 배척하고 싫어하는 대상이 된다. 나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고맙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감사합니다"


"아리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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