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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ug 16. 2024

누군가를 기다려준다는 것

그림책 아툭

'아툭'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아툭을 처음 만난 것도 오래되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주 만난 책 중 하나이다. 아툭이라는 그림책을 처음 읽은 지 20년이 넘었으니, 아툭도 이제 스무 살이 넘은 청년이 되었다. 가끔 책장에 꽂힌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볼 때면, 책과 함께 나이를 먹는 것 같아 즐겁다.


중학생 때 내 취미는 레코드 판을 모으는 거였다. 그래서 설날처럼 용돈이 두둑하게 생길 때는 몽땅 레코드 판을 사고 엄마에게 꾸중을 듣곤 했다. 그때 난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좋아해서 레코드 판을 사도 주로 록 음악을 선호했다.

그런데 눈이 금세라도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어둑한 겨울 어느 날에 단골 레코드 점을 지나가는데, 한 앨범이 눈에 띄었다. 당시에는 새 엘피가 나오면 진열을 해놓았는데, 앨범 재킷을 보는 재미도 컸다. 빌리 홀리데이의 음반이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을 들었다. "I'm a fool to want you"

그날의 하늘도 보랏빛 앨범 재킷도 그녀의 사진도 음악도 묘하게 어울리며 사람을 슬픈 감정으로 몰아넣었다. 지금도 빌리 홀리데이를 무척 좋아한다.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는 물기를 머금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촉촉하고 슬프다. 아마도 불우했던 그녀의 인생이 담겨 있어 그런 것 같다. 꼭 한 번 들어보시길......

아툭도 책의 표지부터 묘한 매력을 준다. 어둡고 슬프다. 

누구나 살면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어느 하나 피해 갈 순 없다. 어린 에스키모 소년 아툭(그들은 스스로를 이누이트라 표현하니 그렇게 부르는 게 맞지만, 책에서 에스키모라 표현해 그대로 적겠다.)도 성장하면서 사랑하는 개이자 친구인 타룩을 늑대에게 잃고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타룩의 복수만이 아툭의 목표가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푸른 여우는 아툭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그저 밤마다 별을 기다릴 뿐이란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어, 그 별이 내게로 오리라는 것을......"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아툭을 읽을 땐 어린 왕자를 읽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말이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걸 알면 행복해지고...... 기다린다는 건 참 아름답고 애틋한 단어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들은 대부분 밝은 색상을 사용한다. 그런데 어찌 세상에 밝은 색만 존재할까? 어두운 계열의 색채와 투박한 그림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아툭을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아툭은 나이가 들면서 한 번씩 꺼내보아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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