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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여행자 Feb 17. 2024

승무원이 알려주는 비행기 좌석 알파벳에 숨겨진 비밀

비행기 자리 옥의티

  정신없이 보딩을 하고 있다.

 탑승하는 승객들을 향해 환영 인사를 하던 도중 어디선가 들리는 대화 소리에 귀를 쫑긋하게 된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대화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비행기가 신기한지 이리저리 둘러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곧장 옆자리에 앉은 아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아빠, 왜 아이가 없어요?"

 "응? 어떤 아이가 없어?"

 "아니이이! 왜 자리에 영어 I(아이)가 없냐구요?"



  아이가 비행기 선반 아래에 쓰여있는 좌석 알파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아이 아빠는 그제야 아이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들어 좌석을 확인해 본다.


"어? 진짜네? 그러게 왜 I(아이)가 없을까?"


 아이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바로 답을 해줄 수 없는 아빠가 약간은 당황한 듯 보였다.

 부자(父子)의 대화를 엿듣던 나는 오지랖을 부린다.


 "오 너 정말 똑똑하구나!

아이가 정말 예리한데요 손님?!"




  혹시 비행기를 탔을 때 좌석에 알파벳 I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는가? 눈치챈 사람이 있다면 정말 예리한 승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그냥 지나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비행기를 관심 있게 보지 않았으면 말이다. 나도 승무원을 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 항공사 좌석 배치도를 확인해 보자.

(왼쪽) 대한항공 A380-800 좌석 배치도 / (중간) 아시아나 항공 B747-400 좌석 배치도 / (오른쪽) 진에어 B777-200 좌석 배치도


  위 좌석 배치도에서 확인했듯이 이코노미석 3-4-3 좌석 기준으로 보면 HIJ가 아니라 HJK로 되어있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된다.



왜 비행기 좌석에 알파벳 'I(아이)'가 없을까?



  'I'가 없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로 숫자 1과 알파벳 'I'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I11'이라는 좌석이 있다고 해보자. 숫자 111(백십일)인지 알파벳 III 인지 헷갈린다. 만약 이런 식으로 좌석 번호가 이루어져 있다면 승객들이 자리를 확인할 때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도 숫자 1과 알파벳 I 입력이 헷갈릴 지경).

 그렇기 때문에 ABC-DEFG-HJK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




  "손님, 알파벳 'I'는 숫자'1'이랑 비슷해서 좌석 알파벳으로 사용을 안 해요."


 궁금증이 해소된 아이의 표정이 만족스러워 보인다. 아이 아빠 또한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되어 그런지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아이는 설명에 대한 보답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한다. 

 두 승객에게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을 선물해 준 것 같아 괜히 뿌듯해진다. 아마 다음번에 비행기를 타면 내가 해준 이야기가 떠오르겠지?



PS. 앞으로 비행기에 타면 함께 탄 일행에게 좌석 알파벳에 'I'가 없는 이유를 얘기해 주세요. 별거 아니지만 은근 생색낼 수 있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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