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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여행자 Feb 25. 2024

승무원의 현실 출근길

이상과 현실

집 앞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한 승무원이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향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인천공항으로 비행하러 가는 길인듯 하다.


'이 시간에 출근하는 거면 대충 2시간 전쯤부터 출근 준비했겠구나.'

'갈 길이 머네. 고생하겠다..'


그 승무원과 아는 사이도 아닌데 출근하는 모습 하나만으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승무원 출근길
집 > 공항 > 이륙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공항에 출근해서 비행기가 뜨기까지 상당한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고 비행기에 올라타는 모습만 상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신입 시절 첫 비행을 하고 난 뒤 승무원의 출근길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




현실 승무원 출근길


오전 9시에 출발하는 국제선 비행이 있다고 해보자.

승무원들은 몇 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할까? 공항과 집이 가깝다면 보통 5시간 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6시간 전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항으로 출근한 뒤에는 바로 비행기에 탈까?

궁금증 투성이인 현실 승무원 출근길에 대해 파헤쳐 보자.



비행 준비

10년 가깝게 비행을 했어도 매 비행을 앞두고 항상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비행 준비이다.

비행 가는 도시 특이사항, 승객/서비스 특이사항, 공지사항 파악 등 매번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 신입 승무원 시절에는 비행 준비하느라 비행 전날 수험생처럼 준비했을 정도이다. 연차가 쌓였다고 방심하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날에는 꼭 비행 중 문제가 발생한다.



네일 하기 & 유니폼 다림질

출근 전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가 네일 바르기이다. 굳이 왜 해야 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회사는 아직까지 네일을 반드시 발라야 하는 규정이 있다(투명이라도 발라야 함).

일반 매니큐어를 바르고 비행을 하면 네일이 쉽게 벗겨져서 젤 네일을 하는 승무원들이 대부분이다.

유니폼 또한 매번 다림질해야 한다. 구깃거리는 유니폼을 입고 승객에게 서비스를 한다면 승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다.



메이크업 & 헤어

기내 습도가 15%밖에 안될 정도로 객실 안은 사막만큼 건조하다. 이런 환경에서 몇 시간 동안 메이크업을 유지하려면 화장을 공들여서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잔머리 하나 허용되지 않는 일명 승무원 머리도 해아 한다. 이러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 회사원보다 출근 준비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승무원은 왜 그렇게까지 치장하냐'라고 말이다. 승무원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단정한 복장 용모는 승객으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 외적인 것을 절대 무시 못 한다)



캐리어 챙기기

10년 가까이 비행을 하다 보니 캐리어 챙기는 것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경지이다. 그야말로 짐 챙기기의 달인이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실 속옷 제외한 나머지 짐은 캐리어에서 붙박이처럼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짐 챙기는 것을 끝내고도 수십 번 확인하는 물건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여권'. 여권을 두고 출근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시간, 전날 다려놓은 유니폼을 입고 묵직한 캐리어를 챙겨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돌돌돌 거리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새벽 적막을 깬다.

집에서 나오기 전 여권을 챙겼는지 수십 번 확인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가방 지퍼를 열어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버스 헤드라이트가 어두운 거리를 비추며 다가온다. 그리곤 내가 서있는 자리에 버스가 정확하게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린 기사님은 나 대신 캐리어를 수하물칸에 넣어주신다. 나는 잠긴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뒤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 나보다 먼저 타있던 몇몇 승무원들을 보니 괜히 위안이 된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곧바로 창문에 달려있는 커튼을 휙 친다. 어둑한 새벽이었지만 가로등 불빛 하나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부족한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아보지만 비행을 앞두고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그리고 드는 생각 하나.


'아직 비행 시작도 안 한 거 실화야?!?..'


(2편에 계속)



PS. 출근길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진짜로 출근을 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ㅋ 이번 글은 내용이 길어져서 1편, 2편으로 나누었습니다. 2편에서는 승무원이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 타기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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