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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여행자 Mar 28. 2024

현직이 적나라하게 말하는 승무원 단점 5가지

직업의 양면성

  입사 초만 해도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만족하면서 비행을 했다. 자유 시간이 많은 듯했고, 일상이 여행 같았으며, 또래보다 나름 높은 연봉으로 넉넉한 생활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다 보니 화려해 보이는 승무원 생활도 장점만큼 단점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동료들과 단점에 대해 대화를 했을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었다.






1. 불규칙적인 생활 & 시차 적응

  너무 뻔하다고?

 뻔하지만 승무원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이다. 체력 만땅인 신입 승무원들은 20대 초중반이기에 이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비행을 하다 보면 불규칙적이고, 시차 적응으로 스트레스받는 승무원들이 정말 많다.


 이 전 포스팅 승무원의 장점 중 자기 시간이 많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연속되는 새벽 비행, 밤샘 비행이 일상이 되다 보면 레이오버나 오프날에는 정말 잠자기 바쁘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밤샘 비행 끝나고 아침에 퇴근하면 하루 버는 거 아니야?"

 하지만 밤새 비행을 하고 집에 오면 그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이 너무 피곤하기에 무언가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나 또한 비행 끝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휴식으로 보내기 바쁘다.


 그뿐 아니다.

 새벽 비행을 앞두고 출근해야 된다는 긴장과 압박 때문에 잠을 설치고 출근하는 승무원들이 대다수.

 새벽 비행 때 브리핑실에서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사무장님, 몇 시간 주무시고 오셨어요?"

 "전 3시간이요.."

 "성공하셨네요.."

 대화만 봐도 얼마나 잠을 못 자고 새벽 비행을 하는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생체 리듬이 정상일 수가 없는 직업이다.



2. '죄송합니다' 봇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감정 노동이다. 감정 노동이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말투나 표정을 연기하며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감정을 억누른 채'라는 말이 참 씁쓸하다.

 국내선 비행을 예로 들면 하루에 많게는 천명이 넘는 승객들을 마주한다. 그중 매너 있는 승객들도 많지만, 여전히 '진상 승객'도 존재한다.

 안전과 서비스 업무 중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비행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 있는 항공사들은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가 치밀고 억울한 상황이 너무나 많지만 일단 '죄송합니다'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심지어 아일을 지나갈 때 승객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가도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하는 승무원들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한 감정이 든다.

 이런 상황들을 잘 겪어내지 못한다면 비행을 지속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본인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해소하여 승무원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는 동료도 있지만, 이를 견디지 못해 퇴사하는 승무원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수직적인 조직 문화 & 시니어리티

  항공사의 시니어리티 관련해서 블라인드에 글이 올라왔고, 그 내용이 뉴스로 기사화된 것을 보았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항공사, 특히 승무원들 사이에는 시니어리티가 분명 존재한다. 실제 나도 신입 승무원 시절, 이러한 수직적이고 시니어리티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심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직장이건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 좋겠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직업이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4. 반복적인 업무 & 한계가 있는 자기 발전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익히고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승무원들이 익히는 서비스는 특별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유지해야 하는 미소, 정중한 말투와, 매너 있는 행동이다. 그 이상 뭘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승무원 경력을 내세워 다른 일반 회사로의 이직이 어려운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또한, 매번 다른 도시를 가고,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지만 그 안에서 하는 서비스는 똑같다. 신입 승무원이나 사무장이 하는 일은 대체적으로 같다는 말이다.(물론 책임감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한번 승무원으로 일을 시작하면 그만둘 때까지 반복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매너리즘이 올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력 개발'은 승무원들에게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일을 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독자적으로, 능동적으로 하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생활이 힘들 수 있다.



5. 경조사 챙기기 어려움

  승무원들은 스케줄 근무로 이런저런 경조사 챙기기가 참 힘들다. "연차를 미리 쓰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지만 승무원들은 연차를 쓴다고 해서 쉴 수 있는 환경이 못된다. 승무원들이 부족하거나, 휴가철 성수기일 경우, 특정 날짜에 연차 신청자가 몰릴  때 등 연차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은 꽤 흔한 일이다.




 


 이 외에 적지 못한 단점들이 있지만, 10년 가까이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정말 몸으로 진하게 느끼는 단점들만 적어보았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유니폼을 입은 멋진 모습, 화려한 해외에서의 생활 등이 선망이 될 수 있지만,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림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연예인이 수많은 팬들 앞에서 화려한 콘서트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공허함이 크다고 얘기한 것을 어디선가 보았다. 승무원도 비슷한 면이 있는 거 같다. 누군가는 '그럴 거면 왜 승무원을 하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갖고 있는 법. 그중 어느 것이 나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느냐에 따라 직업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거 같다.


승무원 준비생 그리고 현직 승무원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승무원이 왜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더 나아가 '어떤 승무원이 될 것인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가?'를 생각을 해야 비행을 할 때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적다.



PS.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저에게 애증의 존재입니다. '비행 가기 싫어 죽겠네' 하다가도 '이 맛에 비행하지'생각이 들면 저도 모르게 캐리어를 끌로 공항을 향해 출근하고 있거든요. 이게 바로'비행 중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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