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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실 Dec 31. 2024

퇴사를 고민하는 동생에게

퇴근 후 매일 우는 너를 보며 예전의 나를 보다


알바 경험으로는 나 보다 한 수위 내 동생이 취업을 했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나는 귀국을 했다. 세 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건데 얼마나 가족 생각이 많이 나던지. 사실 일주일 전부터 한국에 간다는 생각만으로 들뜨고 마치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잠이 안 들기도 했다. 그리고 무려 이틀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드디어 나의 고국 땅을 밟는 순간 아아 얼마나 벅차오르던지


가족들이 나를 보기 위해 두 시간 전부터 기다려준 결과 나는 지체 없이 이 추운 11월 말 겨울 어느 추위하나 느낄 틈 없이 따뜻한 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퇴근 후 바로 공항으로 와 준 아빠. 한 달 아니 일주일 전부터 나 오는 날만 기다려온 엄마. 그리고 취업하고 막 바쁜 하루하루를 버티고 간신히 시간을 내준 내 동생. 귀여운 강아지까지.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었던 내 마음이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함께 여서한결 따듯해지는 순간이었다.


동생은 벌써 3개월 차가 된 신입. 두 달간의 연수도 마치고 이제 일에는 막 능숙해지기 시작한 3개월 차: 사실 이제 막 어떤 일이 있는지 감 잡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일이 몰리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단둘이 시내로 놀러 나가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고 방콕 하며 드라마를 몰아보기도 했으며 어렸을 때처럼 밤을 새우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나도 가족 중에 동생이 가장 가깝기도 했고 예전 얘기를 하며 추억에 젖기도 했으니 이 잠깐의 기간 동안 재밌게 그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달이 이제 넘어가게 되어 12월.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이 월초는 직장인들에게 대개 피크인 시기이다. 특히 월말이면 더 그렇고. 아빠도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어 바빠지고 동생은 아주 잠깐 일이 줄었던 거지(상대적으로) 다시 돌아온 업무 사이클에 죽어나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족들이 다시 바빠지니 (엄마는 엄마 모임대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졌음) 나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을 구해 잠깐씩 알바를 다니게 되었다. 강아지도 돌봐야 하고…


동생의 직장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직장명이 다른 게 아니라 직장 분위기부터 동료 등등. 공무원이었던 나.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은행원 공기업 공무원 등등. 대체로 보수적인 직업을 가졌던 우리 집안과 다르게 동생이 처음 사회생활로 선택한 곳은 방송국이었다.


이랬으니 처음에 동생이 힘들다고 했을 때 무슨 반응이었을지 눈에 빤하지 않은가? 한 회사에서 30년이나 버틴 아빠는 당연히 아직 신입이라 그렇고 버티면 나아질 거다 회사생활이 다 그렇지 가 먼저 나오지. 하다못해 3년 만에 의원면직한 나조차도 그 소리가 먼저 나왔으니. 참 동생이 속얘기 하기 편했을 만도..


원래 내 동생 성격은 여자애임에도 불구하고 과묵하고 불평불만 없이 자기 할 일 꿋꿋이 하는 신중한 성격이다. 남에게 상처 줄 바에는 내가 상처받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는 이타적이며 마음도 넓고 한 번 본인에게 일이 주어지면 책임감 있게 본인 할 일 밥도 안 먹고 밤도 곧잘 새우는 책임감 있는 곧은 성격이다.


그런 동생이 며칠 째 되뇌는 말..

언니 나 … 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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