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덕분에 알지 못하고 듣지 못했을 정보와 기사를 보게 되는 요즘.
쏟아지는 기사에 빠져 절제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시간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안내받는 기분이다.
<알뜰범잡 2 잔혹한 친족 성폭력> 영상도 알고리즘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잔혹한 세상을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피하고 싶은 사건들도 나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알아야 고민할 수 있으니.
트라우마로 괴로워 눈과 귀를 닫던 모습이 바뀐 지 일 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분들을 생각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꼭 이겨내실 겁니다.'
기도하고 영상을 클릭한다.
1992년 7살부터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딸은 대학생이 되어 남자친구와 함께 아빠를 살해한다.
감옥에 간 딸이 말한다.
"20년 동안 살아온 밤보다 감옥에서 보내는 밤이 더 행복합니다.
밤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초등학생부터 함께 사는 큰 아버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한 조카는 가족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그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네가 예민한 거야. 예쁘다고 좀 안은 거야."
말도 안 되는 말들로 할머니, 엄마까지도 가족 중에 가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회피하고 외면한다.
7년간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동생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가해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부모는 가해자 아들을 위해 여러 명의 변호인을 붙였고 피해자 딸은 국선 변호사 한 명이 변호하는 상황이었다.
친족 성폭력 사건은 가족이 도와주지 않는다라는 변호사의 말이 심장을 찌른다.
가족이 외면하는 사건.
절연할 수 없어 고통받는 피해자들.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되는 가족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다.
친족 성폭력 범죄 징역은 고작 6년에 가깝다.
6년이 지나면 다시 봐야 하는 가해자인 것이다.
박지선 교수는 말한다.
"모든 것을 기록하셨으면 좋겠어요."
기록이 남아 증거가 되고 피해자를 도와줄 거라는 말.
친족 성폭력은 아동기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지가 부족한 어린아이들이 기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어서라도 기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하지 못했던 기록.
누가 볼까 무서워 숨기고만 싶었던 일기장.
내 글이 그분들께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겨본다.
가슴에 베인 상처들을 모두 글로 남겨주세요.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기록해 주세요.
그리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가족과 절연하세요.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행복한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용기 내어 주세요.
당신은 아름다운 꽃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브런치에 <다시, 봄> 소설을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