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베뮤처럼 '되는' 브랜드 만들려면

by 행동하는 철학도

주말에 우연히 여의도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에 들렀습니다. 근처에 수많은 식당이 있었는데, 유독 런베뮤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더군요. 일사불란하게 손님을 맞는 매장 직원과 긴 웨이팅 줄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 머릿속에서 "런베뮤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런베뮤가 스쳐 지나가는 유행은 아니라고 봐서 충분히 연구할만한 성공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건 지금 저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고요.


런베뮤의 성공 비결 분석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차고 넘칩니다. 마케팅 전략, 입지/상권, 재무 등의 경제적 분석 등을 하는 게 일반적이죠. 이런 상황에 저까지 이런 분석을 보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접근이 브랜드의 성공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적합하다고 보지 않고요.





성공한 브랜드를 이해하려면

고객은 브랜드를 보고 원가 몇만 원짜리 가방을 수백만 원에 구매합니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미치는 힘과 고객의 행동은 이렇게 비합리적입니다. 런베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동네에 괜찮은 디저트 가게가 있는데 왜 멀리 떨어진 런베뮤에 갈까요?


비합리적인 것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잘 될 리 없습니다. 경영이론 전문가들이 런베뮤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까요? 고객 세그먼트, 입지 선정, 원가 전략 등은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브랜드 성공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습니다.


비합리성을 이해하려면 사람의 주관적 측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력은 저마다 자연에서 받은 주관성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이 가치 있게 받아들일 때 특별한 무언가가 탄생합니다. 런베뮤가 브랜드로서 성공했다면, 분명 사람들이 이 브랜드의 어떤 부분을 가치 있고 특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런베뮤의 특별함을 설명하는 것들

특별함을 논하려면 먼저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빵집 혹은 도넛체인 같은 보통의 디저트 가게와 런베뮤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특별한지 좀 더 쉽게 보일 겁니다.


런베뮤의 베이글 종류는 첫눈에 봐도 다채롭습니다. 가까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베이글이 여럿 있습니다. 이 단순한 사실에서부터 런베뮤에는 다른데 없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특별함이 하나 생깁니다.


빈티지 문화란 '있는 그대로 남들과 다른 나를 표현하기'

또 하나는 제품 포장부터 매장 인테리어, 굿즈 전반에 흐르는 빈티지 문화입니다. 창업자이자 디렉터로 있는 이효정 씨가 직접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을 매장 곳곳과 제품 포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빈티지 문화란 한마디로 '있는 그대로 남들과 다른 나를 표현하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감각적 코드가 런베뮤라는 브랜드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점 하나는 이름에 나타나는 것처럼 영국 문화입니다. 실제 이효정 씨가 런던에서 자주 방문했던 베이글가게가 런베뮤에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런베뮤 매장 디테일 하나하나에 런던에서 볼법한 시각적 요소가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글 진열도 한국보다는 런던 현지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언급한 요소를 단순히 조합한다고 특별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을 고객과 시장이 납득할만한 모습으로 적절히 조합해 낼 때 비로소 특별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적절히 조합하는 능력은 흔히들 말하는 센스와 천재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의도대로 전달하기

그렇다고 런베뮤의 성공 요인이 모두 천재성의 영역인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논할만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고객 서비스입니다. 런베뮤 매장을 방문했을 때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매장 밖에서 웨이팅과 입장을 안내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직원들 간의 역할분담과 서비스 과정이 아주 체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나아가 좀 특이했던 점은, 이런 서비스가 반드시 고객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입장인원을 제한하는 기준이 런베뮤가 의도한 서비스 경험에 맞춰져 있는 듯 했습니다. 베이글 픽업, 결제까지 줄을 따라 차례차례로 이루어져서 마치 주문과 결제에 제한시간이 있는 것 같은 압박을 느꼈거든요. 저뿐만이 아니고 주변에 다른 손님을 둘러봐도 원하는 베이글을 재빨리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습니다. 보통의 디저트 가게에서 고객이 주문할 빵을 자유롭게 고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종합해 볼 때, 앞서 얘기한 런베뮤가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특별한 경험이 잘 정비된 고객서비스를 통해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런베뮤에 정말 여러 번 방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잘 준비된 고객 경험 플로우가 확실히 브랜드 측면에서의 비교우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나오는 말

런베뮤의 성공을 논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빠트린 사항이 있습니다. 베이글이 런베뮤의 본질이기 때문에, 맛을 성공요인에서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베이글의 전문가는 아니어서 런베뮤 베이글의 맛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논하기 어려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업 초기 셀럽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 전략도 무시 못할 성공 요인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라도 고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고객은 그냥 맛있는 베이글을 사려고 런베뮤를 찾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보다는 런베뮤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맛있는 베이글을 사 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별고객은 브랜드 창작자가 의도한 문화를 예술작품처럼 체험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맛있는 베이글을 먹었다."가 아닌 "특별한 경험을 했다."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고객이 느끼는 특별한 브랜드 경험은 사회적 맥락에 기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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