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카페는 늘 바쁘다.
재미있게도 안 바쁜 날, 덜 바쁜 날, 너무 바쁜 날, 미친 듯이 바쁜 날, 이렇게 흘러간다.
그런데 참 신기한 날이 있다.
내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을 때에는
들어오는 드립 주문을 마음껏 받아드리지 못하니
그런 날엔 마음에 부담을 조금 갖게 된다.
이런 날엔 신기하게도 손님들과 나 사이에 텔레파시가 있는 것처럼,
아니 날 보고 있는 것처럼 내가 아픈 날을 피해서 오신다.
같이 일하는 동료도 “정말 신기해요” 할 정도로 영락 없다.
또 일주일의 거의 모든 날을 정말 맛있게 먹고 간다는 인사를 듣는다.
이러니 나의 손님들을 감사하게 생각 안 할 수가 없고,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 가득이다.
지지난주에 새 메뉴가 나왔다.
손님들께 선 보이는 마음은 늘 기대가 되고 두근거린다.
지난 화요일 “오늘은 뭘 마실까?” 하시는 손님들께
새 메뉴를 추천해 드렸더니
“오! 좋아요. 사장님 추천은 믿을 수 있어요.” 하신다.
드시고는 엄지 척 꼽으시면서
“정말 맛있어요. 에소프레소가 이렇게도 나올 수 있구나. 감사합니다.“
하고 가신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가고 신이 난다.
내 머리 위로 아지랭이가 피어올랐다.
손님들과 나의 감사한 티키타카는
나를 꽤 괜찮은 커피 요리사로 만들어준다.
손님들은 “나”라는 나무에 듬뿍듬뿍 물을 주시고
나는 좋은 그늘을 가지고 있는 나무가 되어간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