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만들어볼까? 해마다 2~3개의 새로운 메뉴를 만든다.
“맛난 게 뭐가 있지?”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내 눈을 요리조리 돌아가고 내 기억 속의 맛들을 소환 해낸다.
신이 나고 재미난 게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이번엔 디저트로 나오는 에소프레소를 만들자!
디저트로 나와도 손색이 없는 에소프레소. 좋아!! 그거다.
입 속에서 상상으로 맛을 느껴보고 나니
주저할 필요 없이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오렌지를 샀다.
즙을 내고 청을 만들었다.
24초에 에소프레소를 추출해 보고,
25초에 추출해 보고,
26초에 추출해 보고
그중 26초에 추출한 알싸한 에소프레소와 오렌지의 조화는 완전한 디저트가 됐다.
80년대 유학길에 올라 처음 빈에 도착한 다음날 들른 대형 마켓.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쵸콜렛 진열대 앞에 서서
눈이 휘둥그레졌던 그날로 날 돌아가게 했다.
어린 인생에 처음 본 체리가 들어 있는 진한 다크쵸콜렛,
오렌지와 건포도가 들어 있는 완전 진한 쵸콜렛,
캬라멜이 들어있는 찐득한 밀크 쵸콜렛 등등
나는 하나하나씩 모두 사와 맛보기 시작했고
내 입속은 호화로웠다. 춤을 췄다. 너무 맛있었다.
이번에 만든 오렌지 에소프레소는 그날의 그 맛이다.
추억이 없다면 우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내 소중한 추억이 지금 현재의 나를 있게 하고. 또다시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 꿈이 현실이 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맛있는 디저트 오렌지 에소프레소에서 현재와 미래의 인생 연결이라니-
아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