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살이 첫 번째 시작
어릴 때 글쓰기를 좋아했었다. 그러다 서른 넘어 글쓰기가 너무 어색해졌다.
취미도 열정도 없는 안정되고 무료한 삶 속에서 점점 우울해져 가는 게 싫어 어릴 적 취미를 꺼내보기로 했다.
나는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지만,
나의 지난 몇 년을 내 마음대로 기록하려고 한다. (물론 이러다 안 할 수도 있음)
#1
나는 평생 평탄하게 살아온 편이다.
무단히 원하는 것을 대충 성취해 가며 살아왔다.
그러나 커갈수록 대범함은 소심해지고 눈치는 많아져서 나를 설명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나는 주관이 확고하고 원하는 바가 뚜렷한 편이다. 이번 독일살이도 그러했다.
남편을 종용하여 해외살이를 적극 추천했었다.
내가 해외에 나가 살아보고 싶은 이유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당시 나는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내 조건에서는 해외살이가 불가하니 남편을 들들 볶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둘은 독일에 툭하니 떨어졌다.
#2
한 달간의 임시숙소 시간이었다.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나는 한껏 설렘으로 장을 보고 외국음식 같은 것들을 해 먹었다.
당시 성시경의 브리치즈파스타가 유행이었는데 문제는 나는 독일어를 하나도 읽지 못했고 치즈 종류는 너무 많았다.
치즈의 냄새를 맡는 순간 어? 평소랑 다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돌이킬 수는 없었다. 포장지를 자세히 보니 염소모양이 있다. 고트 치즈인 것이다.
한껏 새색시 모드에 부풀어 파스타를 만들어줬는데 남편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갑자기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면서 뜸을 들인다.
"나 이거 혹시 안 먹어도 돼?" 배려심 많은 남편의 고르고 고른 워딩이었다.
#3
그리고 며칠 후 집을 구하는 어느 날이었다. 집 뷰잉을 위해 부동산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맞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 기다림에 짜증이 살짝 올라올 때쯤 한 독일인이 엄청나게 큰 개를 데리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앞발로 달려드는 거구의 개는 똥꼬 발랄했지만 거의 그녀의 보디가드 같았다. 일터에 반려동물이 함께일 수 있다니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개와 인간, 그들의 공생관계는 그 이후에도 여러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철, 마트,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공간에서 거리낌 없이 함께한다.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들의 개들은 너무나 젠틀하다. 다들 강형욱식 훈련을 받아왔는지, 인간사회에 잘 적응되어 있고 주인에게 충성적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개들보다 꼬질꼬질하다. 그들의 습성을 존중한 인간들의 배려가 느껴진다고 할까. 개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나라 반려견들보다 보통 크다. 강아지를 아파트에서 키우는 한국인들보다 그들의 평균키에 걸맞게 보통 중형견 이상을 선호하는 듯하다.
나도 강아지를 좋아한다. 언젠가 키우고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머뭇거리게 된다. 나는 보통 평일엔 나가서 일할테고 주말에는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지 알아보며 강아지카페, 강아지펜션, 등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삶, 그것을 감내할 만큼의 자신감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래서 아직 내 사진첩에는 스쳐 지나간 강아지들의 사진만이 쌓여가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조금 더 반려견 친화적인 사회가 되면 좋겠다. 물론 젠틀한 강아지도 많아져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