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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Mar 22. 2024

문해력의 날 행사

[총균쇠]로 아이들에게 인종 차별론의 허상을 가르치다

얼마 전 우리 원생들과 함께 오랜만에 '문해력의 날' 행사를 가졌다.

'문해력의 날'은 책 한 권을 정해서 토요일 오후에 아이들을 모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하는 행사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통닭 또는 피자를 맛있게 먹고 마무리를 한다.


이번에 선정한 책은 김정진 교수가 쓴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이었다.

이 책은 학생들의 시사 상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대입 수능 영어 독해 지문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류사, 문화 및 지리학에 관한 배경 지식을 쌓는 데에도 유용한 책이다.  

    

이 책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은 1998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우리나라 학자인 김정진 교수가 2023년에 10대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하여 쓴 책이다.    

원저의 제목인 [총균쇠]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할 때 원주민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수단을 가리킨다. '총 Guns'은 무기를, '균 Germs'은 세균 및 전염병을, '쇠 Steel'는 기술 및 도구이다.     

특히 균에 관한 내용이 특이한데, 유럽은 주기적으로 대륙 전역에 흑사병,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병균에 의한 피해가 극심하였다. 이로 인해 유럽인들은 여러 전염병에 대해 이미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그러나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는 상대적으로 무균지역인지라, 유럽인들이 가지고 온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감염되어 전투로 인해 죽은 사람보다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가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국가 간 또는 대륙 간 빈부와 문명 수준의 차이는 환경적 차이 때문에 생긴 것이며 인종 간 유전자에 우열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를 자세하게 정리하였다. 환경적 차이의 사례로써 문명이 발달한 유라시아 대륙과 상대적으로 낙후한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은 지리적으로 북반구에 위치하며 고온다습한 지역으로써 농사짓기에 유리하고 비슷한 위도에 횡으로 길게 이어져 있어 농작물을 비롯한 신문물의 전파가 잘 이루어지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가축화할 수 있는 야생동물이 많았던 덕분에 노동 생산성도 높일 수 있었다. 그래서 대륙 전체적으로 다양한 곡물과 채소류 및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세계 4대 문명을 일으키는 등 문명의 발전을 꾸준히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은 종으로 길게 뻗어 있어 위도에 따라 경작할 수 있는 농작물이 다르기 때문에 농작물의 전파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야생동물도 가축화가 어려운 거칠고 거대한 동물이 많았기에 전적으로 인간의 힘에만 의존한 탓에 노동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문명의 발전이 더디게 되었다.


이와 같이 오늘날 대륙간의 문명과 빈부의 차이는 인종적 우월이 아닌 환경적 차이에서 비롯됨을 상세히 설명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이러한 발견에 따라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별하여 유럽인들이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을 황인종이니 흑인종이니 하면서 차별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폭력인지를 알 수 있다. 


고대 및 중세에는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고, 유럽에 있는 어떤 나라도 예외 없이 전쟁 또는 약탈에 의해 사람들이 피부색에 상관없이 노예로 잡혀 팔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이유는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였고 또는, 전쟁과 전염병으로 인해 줄어든 인구를 다시 늘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유럽인들이 다른 대륙에 자신들의 식민지를 건설하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전에는 없던 백인, 흑인, 황인과 같은 용어를 만들었고 이를 피식민지인들에게 세뇌시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들은 피부가 흰 유럽인들은 순수(pure)하고 우월한(superior) 인종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아시아,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을 유색인이라고 칭하며 이들을 상대적으로 열등한 인종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오랫동안 백인, 흑인, 황인 간의 차이를 유전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연구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유전학자인 카발리 스포르차 교수는 자신의 저서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 2005, 이정호 역]에서 가장 주된 유전적 차이는 개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것이지 집단 간 또는 인종 간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함으로써 인종차별론에 확실하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사실이 있다.


세계지도를 잘 살펴보면,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튀르키예, 그리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한반도는 북위 33°(마라도)~ 43°(온성군) 사이에 걸쳐 있다.

따라서 햇볕을 받는 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피부색에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 물론 북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어서 사람들의 피부색이 창백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남부유럽 국가의 사람들은 동아시아 국가의 사람들과 피부색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유럽인들 중에 피부가 붉은 사람들도 있어 유럽인의 성씨 중에 Rednap(레드냅)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가 유럽인들이 동아시아인들에 비해 피부가 희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 동안 우리 인식에 새겨진 선입견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이 책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을 읽게 한 뒤 아이들을 세계지도 앞에 모아서 위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독후감에 인종 차별이 폭력이라는 것과 대륙 간 빈부의 차이가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큰 의의라고 썼다.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이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은 한글의 우수성과 우리 한민족의 뿌리가 되는 요하문명에 대해 객관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점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와 김정진의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는 우리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인류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 주어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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