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엄마새는
빈 둥지를 지켜야 할까?
엄마새마저 날아가버리면
둥지는 누가 지키냐고?
빈 둥지를 꼭 지켜야만 할까?
아기새가 언제 둥지로 찾아올지 모르니
빈 둥지를 지키면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기새를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엄마새도
빈 둥지에는 더 이상 미련 갖지 말고
날아갈 수 있어야 해
아기새와는
빈 둥지가 아니라
어느 나무나
어느 땅
어느 하늘에서도
반갑게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아기새도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엄마새보다
자기가 둥지를 떠난 것처럼
훨훨 날 수 있는
하늘을 찾아
날아간 엄마새를 생각하면
더 마음 놓고
날 수 있을 테니
둥지를 파괴하려는 이유
아기새는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둥지가 남아 있기를 바랄지 모르지만
나는 빈 둥지를
끝까지 남아 지키는
마지막 엄마새가 되고 싶지 않아.
둥지가 있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아기새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게 될까 봐...
차라리 둥지가 없어야
지킬 곳이 없어진 엄마새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