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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순이 Nov 13. 2022

스타벅스 예찬론

스타벅스 좋아하세요?

“대체 스타벅스에서 컵을 왜 사는지 모르겠어. 로고도 좀 기괴하고 무섭던데.”

“그러니까. 딸이 보기에도 안 예쁘지? 다들 그 로고때문에 사던데 참 이상해...”

 종로의 다방이었다. 내가 ‘다방’이라 표현한 것은 그곳의 실제 이름이 ‘OO 다방’이었기 때문이다. 아빠와 을지면옥에서 평냉 한 그릇씩 완냉한 뒤, 근처의 다방으로 들어간 참이었다.

 아빠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를 못 견뎌했다. 되도록이면 개인 업장을 이용하려 했고, 귀에 인이 박히게 들은 소리 중 하나는 ‘스타벅스는 절대 가지 마라.’였다. ‘된장녀’라는 거지 같은 단어와 함께 ‘스타벅스=비싼 커피값’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기 전부터였다. 가격이 논점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프랜차이즈는…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잘 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가자고 할 때는 별말 없이 갔지만, 자의로 가지는 않았다. 아빠의 세뇌도 한몫했겠으나, 실제 스타벅스의 로고가 내게는 좀 무섭게 느껴졌다. 기괴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모호한 초록색.


 내가 스타벅스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편리성’ 때문이었다. 지방에 살 때와 달리, 서울로 나서니 집 근처에 좀처럼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를 찾을 수가 없었다(서울 중에서도 내가 사는 지역이 유독 그랬다.). 어쩌다 있는 곳은 이미 ‘핫플’이거나 협소했다.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기가 눈치 보였다. 연인과 사진을 찍거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이들 사이에서 홀로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열어 무언가를 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런 곳의 식탁, 의자의 높이는 ‘미안하지만 어서 음료만 마시고 떠나 줬으면 좋겠어.’를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 눈치 없이 굴 순 없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스타벅스는 두 군데나 있었다. 스타벅스는 눈치를 볼 필요도, 심지어 주문을 직접 가서 하지 않아도 됐다. 비싸다던 커피는 오히려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했다.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 앉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시간을 보냈다. 미드도 보고, 책도 읽고, 뜨개질도 하고. 눈치를 주는 직원이 없음은 물론 다들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곳은 타인의 공간이자 나의 공간이었다.


 몰래(?!) 스타벅스를 다니다 슬슬 ‘스밍아웃’을 하며 인스타를 비롯한 SNS에도 편하게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 속엔 그 흔한 로고 하나 없었지만, 인테리어의 특성상 지인 중 몇몇이 스타벅스임을 알아챘다(?).

 ‘스타벅스 이제 가네?’라는 이야길 몇 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어쩐지 변명하는 투로 ‘집 앞에 카페가 여기밖에 없어서’라고 답을 했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4,500원을 지불하며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이가 아니라고. 취향 없이 그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는 이가 아니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4,500원이 비싼가? 아빠와 내가 갔던 OO 다방의 아이스커피와 오렌지 주스도 5,000원이었다. 아이스커피는 헤이즐넛 맛의 페트병에서 따른 커피였고, 오렌지 주스 역시 델몬트 오렌지 주스였다. (페트병에서 따르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 시간 가량 떠들었는데, 사장님은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꾸 우리 쪽으로 눈치를 줬고 결국 내가 아빠를 일으켜 세워 근처의 다른 카페로 갔다.

 '대기업의 배 불리기’. 핑계지만 내가 사는 반경에서 대기업이 손이 뻗치지 않은 카페는 거의 없다. 혹 그런 카페를 찾는다 한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두 잔을 시키고 두세 시간 죽치고 있는 나를 반기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취향? '편리함'이 나의 취향이다.  


 많은 이들이 ‘개인 사업자이면서도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찾아다닌다. 우리 아빠만 보더라도 그런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이패드와 책 몇 권이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도 부담이 없는, 10분 거리의 넓고 눈치 보지 않는 카페를 가고 싶다. 아침 일찍 문을 열어서 밤늦게 문을 닫고, 때론 그 안에서 식사까지 해결이 가능한 곳. 화장실도 깨끗하고, 집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면 후다닥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좋다.

 물론 이건 평일의, 무언가 작업할 것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나도 누군가를 만나고 주말의 여유를 즐길 때는 부러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을 찾아가려 한다. (물론 자영업자의 번영을 위한 행위가 아님은 인정한다. 그저 나의 눈과 입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대체 왜 스타벅스에서 컵을 왜 사는지 모르겠어. 로고도 좀 기괴하고 무섭던데. 아빠, 그런데 스타벅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반짝반짝하는 핑크색 콜드컵을 출시했더라고. 사이즈도 무려 710ml야. 가격은 25,000원으로 비싸다고도 할 수 있지만, 무료 커피 쿠폰도 한 장 줘서 요즘 물가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니야. 물 마시기도 좋고, 빨대컵이라 플라스틱도 줄일 수 있어. 아빠, 나 사실 스타벅스 자주 가. 그리고 쓱 배송도 자주 이용해...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대기업 배 불려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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