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알바생 1

들어가도 되나요?

by B군

영진은 해가 지자, 집을 나섰다.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그녀의 방에서 기척이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신발을 꺾어 신고 현관문을 닫았다.

해가 막 지고 어둠이 내리기 전 거리는 낮의 뜨거움을 아직 뿜어내고 있었다.


영진은 어슬렁 거리다 한 블록 건너 편의점 앞에 붙은 종이를 보고 멈췄다.

저녁 알바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10시부터 6시.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간.


시간도 적당했다.

당신도 좀 일을 좀 해보고 경험을 쌓아보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한 게 많은데,

그깟 돈을 벌지 못해서 이렇게 잔소리를 퍼붓다니!

우리가 같이 산지가 얼마인데.


사실 100년은 그런대로 참을만했다.

100년 결혼기념식을 마치고부터 조금 권태기가 온 것을 부인할 순 없다.

어떻게든 100년을 더 지내자, 그날이 그날인듯해 보였다.

각자의 방에서 자신의 일을 하기에 바쁘고,

남들처럼 애들도 없기에 육아 이야기를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키울 수도 없고,

그렇게 500년의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영진을 보면 무표정한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당신은 변했어.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자.

그녀는 방에 들어가 몇 달 동안 나오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더니 이제 여러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당신이 구해오는 피는 신선하지가 않아.

당신은 원래 매력이 없었어!

사냥은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아.

심지어는 그냥 나가서 죽어버려.

같은 심한 말을 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어조가 바뀌었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당신도 일을 좀 해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어울려 보기도 하고.

그래도 알지? 내가 사랑하는 거......


영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그녀의 성격이어서.

인간이 아니기에 갱년기는 없지만 오랜 시간 살면서 생긴 어떤 인생의 굴곡 때문에

그런 것일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그런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집을 나가고 싶지만,

낮에는 해 때문에 어차피 나서기 어렵고,

멀리 혼자 여행을 가지만 고립되고,

혼자 피를 공급할 수 없어 더 피곤해고,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놀라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그들을 헤칠 수 없어서 아내가 구해오는 피나

집사로 있는 마이클에게 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아내에게 어떻게 설득당했는지

영진의 말을 듣기보다는 아내가 시키는 일.

- 아내가 지목한 사람에게서 피를 뽑아 오거나, 피를 뽑고 남은 더미(우리는 이것을 더미라고 불렀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를 파묻거나 물속에 버리는 일만 했다. 또는 자신의 일을 고자질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씨익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만식이었다.

그는 심야영화나 보자고 했다.

새롭게 뱀파이어 영화가 개봉했다고.

영진과 그의 오래된 취미 중 하나는 뱀파이어 영화를 보고

24시 카페에 들어가 영화평을 하는 것이었다.


<씨이어너스>

영화 포스터는 영화 <나쁜 녀석들> 느낌의 갱영화처럼 보였다.

그들은 아무 기대 없이 심야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입구에 섰다.


"들어가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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