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다가올 날이 먼 산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산이 바로 내 어깨였음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떠나간 이름들이 불러낸다.
“너도 이만하면 됐지 않느냐”라고.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아직 덜 늙었다고,
한 모금의 햇살이 남았다고.
가끔은 저무는 노을이
어제의 나를 위로한다.
“그 또한 지나갔다”라고.
늙어간다는 건
잃는 일이 아니라
하나씩 내려놓는 일임을.
오늘도 나는
조금 더 가벼워져 간다.
다만, 친구 하나쯤은
더 붙잡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