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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an 10. 2024

전형적인 네덜란드 상인 Mr.Danny

네덜란드는 강대국 사이에 낀 조그만 나라로서 국토, 인구, 자원이 모두 제한적이라 역사적으로 무역으로 먹고 산,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의 나라입니다. 비록 17세기에 황금시기를 보내기는 했지만 일반인들은 수십 년 전까지 가난한 생활을 했다 하며 이 때문에 네덜란드 국민 DNA에 근검절약 정신이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천재 화가인 고흐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 빈곤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의 실상 및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네덜란드는 오래전부터 상술이 발달했는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어릴 적부터 스스로 돈을 버는 습관을 가지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임시직 대부분이 청소년들이며 (원래 미성년자는 취업이 제한되어 있지만 간단한 임시직은 허용) 초등학생들도 벼룩시장에서 자신들의 오래된 물품을 흥정을 하며 직접 판매하곤 하는데 어떤 어린이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흥정을 찰지게 합니다. 


제 네덜란드 거래처 중에 Danny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분은 영국계 Trade 회사의 네덜란드 지사장이었는데 전형적인 네덜란드 상인이었고 한때 저와 상당한 규모의 비즈니스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분이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해고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영국 모회사의 CEO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해고된 지 얼마 후 저와 만나 식사를 같이 했는데 과거에 몰던 중형 회사차가 아닌 개인 소형차를 몰고 옷차림도 후줄근하여 제 마음이 좀 무겁더군요.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당장 계획은 없고 천천히 사업 구상을 하겠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답변하더군요. 그 당시 그는 세 아이의 아빠였던 걸 알았기 때문에 저는 그보다는 그의 가족의 미래가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후 몇 년이 지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로부터 "Hi Mr. Kim"으로 시작하는 익숙한 밝은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기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다시 한번 같이 일해보자라고 제안했고 저는 이를 흔쾌히 수락, 그의 사업장을 방문했습니다. 네덜란드 지방 소도시에서 특수 사료용 프리믹스 사업을 시작했는데 유수의 대규모 프리믹스 업체와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 대규모업체들이 귀찮아서 하지 않는, 고객의 특화된 주문 제품을 생산하는 Niche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더군요.  제 첫 번째 방문 시 직원은 5명이었지만 특유의 사업 수완을 발휘해 지금은 직원수가 50명이 넘어 과거의 지사장이 아닌, 오너로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 분은 전형적인 네덜란드 상인이라는 평이 시장에 이미 많이 알려져 전 직장 해고 후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평들이 많았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 자기 이익만을 내세워 상술적으로만 접근하여 소탐대실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과거에 저와 알력이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도 유사한 행동을 하여 현재 저와 냉각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조금만 상대방에게 양보할 수 있는 아량을 갖춘다면 좀 더 훌륭한 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텐데 이점이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일정 기간 냉각기를 보내고 난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즐겁게 업무를 함께 할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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