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fred 씨는 제가 유럽에서 사료원부자재를 취급할 때 알게 된 네덜란드분입니다. 저보다 훨씬 선배이시고 경험도 많으신 분인데 유럽 사료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시장에 정통하신 분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분에게 독일 시장 판권을 드리며 사료 업무를 개시했고 이분의 소개로 스페인 업체와 손잡고 스페인 시장의 판매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두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했는데 두 나라 모두 시장 규모자체가 큰 탓도 있겠지만 두 업체의 적극적인 판매 노력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습니다. 즉 Alfred라는 분이 저희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셈이지요.
물론 이분과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클레임 해결에 대한 이견으로 고성이 오간 적도 있었고 (이분이 좀 다혈질이라 이분이 주로 고성을 내셨습니다) 한번 계약을 하면 어떤 시황 변화가 있어도 그 계약은 준수해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이분과 본사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에 대한 그분의 로열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분은 본인 회사를 매각하고 은퇴하셨는데 매각 조건에 자신이 일정 기간 매각한 회사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조언을 해준다는 것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료사업에 대한 그분의 애정과 자신이 축적한 네트워크 및 노하우를 매각한 회사에 공유해 준다는 선의의 뜻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회사에 나쁜 감정을 가지며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인수 회사가 피인수 회사 인원에게 못되게 구는 것은 비슷한가 봅니다.
이후 몇 달간은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셨는데 원래 돈이 많으신 분인 데다가 회사 매각 자금까지 있어 무척 풍요로운 생활을 하셨습니다. 어느 날 저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 포르셰를 몰고 오셨더군요. 원래 볼보를 모셨는데 포르셰로 차를 바꾸니 딴 세상이다라며 신차 자랑을 늘어놓으셨습니다. 이분은 속도광입니다. 이분이 볼보를 모셨을 때도 독일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 키로로 달리신 분인데 포르셰를 몰면 어떨까 생각하니 골이 띵해졌습니다. 저도 독일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킬로 정도를 낸 적이 있지만 이는 수초동안입니다. 순간 시속 180 키로를 낸 후 몇 초 후 속도를 줄이며 2차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보통인데 이분은 180 키로로 몇 분 동안 운전을 하시며 앞에 차가 있으면 거의 범퍼까지 차를 가까이 대며 비키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내며 앞의 차를 다 쫓아내기 때문에 조수적에 앉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불안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주머니 안의 송곳은 뚫고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워낙 유럽 사료시장에서 알아주시는 분이라 이후 중국의 한 업체가 이분을 자신들의 유럽법인의 법인장으로 모셨습니다. 하지만 이분은 중국업체의 불합리한 소통 방식에 실망을 해 얼마 안 있어 그만두시고 진정한 은퇴를 하셨습니다. 최근에 이분을 만나 식사를 하다가 요즘 뭐 하시냐고 물어보니 파트타임으로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물론 무보수로 지역 사회에 봉사를 하시는 건데 제가 버스 운전 봉사 중 가장 큰 즐거움이 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들이 내리시면 Alfred 씨가 밖으로 미리 나와 손을 잡아 드리며 편안하게 버스 계단을 내리게 도와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들은 "고맙네 젊은이"라고 한 말씀씩 하신답니다. 이미 70 이 넘으신 Alfred 씨는 이와 같이 젊은이라는 소리를 듣는 맛에 산다며 진심으로 흐뭇해하시는데, 열정적인 인생을 사신 후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노후를 보내시는 이분의 삶이 부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