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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Mar 19. 2024

옷차림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외모 지상주의가 강하고 유행에 민감하여 요즘은 어린 학생들도 명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케이스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오픈하기 전부터 명품 매장 앞에 길게 늘어진 대기줄을 보거나 명품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만 더 비싼 가격 정책을 적용한다라는 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외모에 신경 쓰고 남을 의식하여 명품업계만 배 불려주는 국제적인 봉이 된 것이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수수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는 덜 하지만 유럽에서도 외모 및 옷차림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현상은 특히 고급제품을 취급하는 상점에서 두드러집니다. 비싼 제품이나 명품을 구매하려면 어느 정도 차려입고 가야 종업원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저는 네덜란드의 Tempur 침대 매장에 구경을 간 적이 있습니다. 나름 침대업계에서는 명품이라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을 파는 곳이었는데 제가 너무 수수하게 (?) 차리고 갔었던 것 같습니다. 이 매장의 종업원이 저를 보더니 무시하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너 이 제품이 어떤 건지 아니? "라고 물어 보더군요. 즉 "비싼 침대인데 네가 살 수 있겠냐? 내가 볼 때 잘못 들어온 것 같다"라는 말을 돌려한 것인데 가족 앞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사실 그날 제가 이매장에서 구매한건 없으니 이 종업원이 사람을 제대로 본건지도 모르겠네요


또 한 번은 제가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시기였는데 당시 공유 오피스를 이용했습니다.  혼자 일하던 시기여서 후줄근한 차림으로 출근을 해 공동으로 사용하는 Main entrance 문을 열려했는데 마침 앞에 다른 백인 입주자가 문을 열고 있어 저는 그가 문을 열면 같이 들어가야지 하고 열쇠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저를 보더니 너 이 건물 입주자가 맞냐? 라며 경계를 하며 묻더니 제가 들어가기도 전에 문을 닫으려 하더군요. 저는 열쇠를 보여 주며 그의 의심을 불식시켜 주니 그도 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어 주었는데 그날 하루 종일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동양인이라 차별을 받았나 하는, 외국에서 살다 보면 생기는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도 제 불쾌한 기분을 만드는데 한몫한 것 같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비해 씬 실용적이고 소박하게 사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위와 같이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저도 위의 해프닝 이후부터는 명품은 아니더라도 깔끔하게 입고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고 후줄근한 옷을 몇 벌 사느니 돈을 모아 괜찮은 옷 한 벌을 사서 입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어떤 옷이라도 깔끔하게만 입으면 나머지는 찬란한 젊음이 커버해 주지만 나이가 들수록 외적인 매력이 사라져 수수하게 입는다는 것이 초라하게 보이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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